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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l 01. 2022

달수랑 정직이랑 바다아이 관람

인간의 인간으로부터의 소외

<도을단상> 달수랑 정직이랑 바다아이 관람

‘몽상공장 10주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인 <달수랑 정직이랑 바다아이>가 6월 29일(수)부터 7월 10일(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짧게 올라가는 연극 중에 훌륭한 작품이 많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오픈런은 아무래도 대중성이 있어야 하니 로코장르가 많은 것 같구요.


전국장애인연합회의 시위로 늦어지는 전철 안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편을 통해 그들이 많이 불편했음을 불편한 마음과 시선으로 바라보다 불편한 발걸음을 내디뎌 겨우 늦지 않게 극장에 도착했습니다.


인간을 공격하거나 죽여서는 안된다는 로봇3원칙을 어긴 안드로이드 로봇의 폐기처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로부터 연극은 그렇게 심상치 않은 냄새를 풍기는 지하1층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혈액을 거래하는 전당포, 그곳에 찾아온 소녀, 가려진 흡혈 인간들의 존재, 살인을 저지른 안드로이드라는 낯선 조합은 공연에 대한 호기심을 강렬히 자극합니다.

기발한 상상이 진지한 주제의식과 만나 마침내 따뜻한 감동 스토리로 이어지는 이번 작품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비주류에 관한 관심을, 안드로이드의 인간에 대한 조롱과 분노를 통해 환기시킵니다.


확실히 사람은 다른 사람의 팔이 잘려나가는 것보다 내 손톱에 낀 가시가 더 아프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이렇게 아픈데 팔이 잘려나가면 얼마나 아플까를 유추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연극에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 타인에 대한 호기심과 배려가 사라진 공간에 남겨진 인간이 얼마나 가학적, 혹은 피학적일 수 있는 지를 보여줍니다.


일본에 가면 연수생들이 보행자 신호가 긴 것에 큰 감명을 받곤 했습니다만, 이젠 우리도 꽤나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갖추었음을 이제는 압니다.


보행자들의 안전한 이동권을 위해 운전석에서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끼게 되었듯이 장애인의 교통권과 이동권을 위해 우리가 조금 더 기다리고 조금 더 불편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게 되는 다음 단계가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개성 있는 배우들의 의미 있는 연극을 실감 있는 현실 속에서 공감 있는 관객들과 함께 한 보람 있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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