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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Apr 03. 2021

벚길

자작시 습작

<도을단상> 시요일...자작시 습작

벚길.

겨우내 내쳐둔 것이 미안했다.

한 여름에 너를 찾는 것은
너무 늦어 염치 없는 일이어서
헐레벌떡 단내나는 숨을 삭이며
너와 걷는다.

잊고 살던 벗을 찾
포도(鋪道)를 벗어나
서울 오기 전 그 땅의 흙을 밟듯이
너와 걷는다.

언뜻언뜻 거친 몸뚱아리 군데군데에
희끗희끗 옹송거리며 몸부림치는
네 이른 십대의 화장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제대로 눈도 못 마추고 나란히
너와 걷는다.

지는 때에라야
비로서 웃자란 네 꾸밈이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알 것이지만
지금은
이대로 굳어져도 좋을 것처럼
느리지만 믿음직한 걸음으로
너와 걷는다.

굳고 검은 포도(鋪道)를 벗어나
묽게 무른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너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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