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느낌으로는 70대 할아버지와 50대 부모님, 그리고 이제 막 30살이 된 손자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6.25때 한 쪽 다리를 잃은 할어버지가 은인으로 기억하는 연인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동반한 손자의 이야기라는 줄거리가 잡히면서 멀미가 시작되더군요.
2021년 현재 기준으로 6.25때 20살로 잡아도 할아버지는 90대가 됩니다. 그러면 부모들이 60. 손자가 30살이라는 설정인가 싶어하며 극을 봅니다.
그런데 극중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생방송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2년전. 그 때의 서사를 21년에 풀어놓는 작품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 하고 시차를 느끼며 멀미를 계속합니다.
전쟁과 가난과 싸우며 지금의 풍요로운 세대를 떠받들던 이전 세대에 대한 사부곡으로 막을 내릴 줄 알았던 작품은 결론에서 드디어 '나'와 만납니다.
전쟁도 없고, 찢어지는 가난도 없고 억압과 폭정과 그 속에서 왜곡되어 형성된 국가관이나 정치관이 없어도, 자기 나름의 고민과 어려움과 싸우면서 쉽고 빠른 길만이 아닌 빙빙 돌아가고 헤매는 가운데 그 경험 안에서 모색하고 방황하고 또 하나의 맵을 만들어가며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나.
연극은 그런 나와 나가 포옹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그럼으로써 나와 할아버지는 서로 만날 수 있는 접점을 형성할 수 있었고, 결국 이 작품의 진짜 이름은 '나와 나'가 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극. 정통파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가 만들어 내는 진공의 시공간. 그 안에 가득찬 그 무언가 뜨거운 것. 이러한 경지가 바로 진공묘유가 아닌가 합니다.
체온이 몆 도는 오른 것같은 뜨거움을 안고 갑니다. 제 면역력이 엄청 높아졌겠네요. 세상살이에 대한 면역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