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을일기

가을맞이 부모님과의 건배

술과 소와 돼지와 밥과 가을밤의 정겨움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가을맞이 부모님과의 건배.

1주일에 2번 정도는 부모님과 식사를 하지만 월말이 가까워 오면 전통주와 함께 하는 자리인지라 모두들 기대를 하게 됩니다.


오늘은 삼겹살 구이와 소갈비살 주물럭과 함께 증류식 소주 려와 함께 했습니다. 부모님이 드시는 39번째 전통주입니다.


감압방식으로 부드러운 맛을 살린 쌀 증류원액에 상압방식으로 고구마의 향을 극대화한 고구마 증류 원액을 섞어서 상온에서 옹기 숙성하여 완성한 술입니다.


고구마는 술을 빚기에 어려운 재료라고 합니다. 수확 후 조금만 지나도 쓴 맛이 올라오기 때문이라네요. 어쨌든 맑은 질감은 술을 깔끔하게 넘겨주는 부드러움이 있지만 목 안쪽에서는 칼칼한 자극을 느낄 수 있고 마지막에는 향긋함이 올라오면서 화사하게 마무리됩니다.


그래서 아내가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아버지와 저는 이 술을 양보하고 일반 희석식 소주를 마셔야 했다는 슬픈 전설이 깃든 술입니다.^&^


오늘은 하이라이트는 사실 볶음밥이었습니다. 매드포갈릭보다 미쳤다 할 정도로 다진마늘을 원없이 때려 넣고 잘게 자른 갈비살에 말린 표고버섯, 김치, 고구마순, 연근까지 넣고 참기름과 깨소금, 청양고추와 통마늘의 향기를 걸친데다 뜨거운 팬 위에서 살짝 눌린 누룽지의 고소함까지 다 갖춘..그야말로 재벌급 볶음밥이었습니다.


젓가락질이 다소 어눌한 엄마에 대한 배려와 코로나를 핑계로 집에서 해 먹는 음식과 전통주의 맛이 이렇게 좋은 줄 알게 된 것도, 부모님들이 너무 좋다,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는 것도 저로서는 생소한 경험이라 얼떨떨하기만 하네요.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아내의 자리와 그 신묘한 능력에 건배! ㅋ

.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물 말아 김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