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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어제 만난 숨은 맛집, 하나미오.

비와 술잔 사이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어제 만난 숨은 맛집, 하나미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버스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고..

육교라는 구조물을 통해 길을 건넌 것 자체가 너무나 오랫만이라 참신했던..

골목길을 500미터나 들어가서야 이 술집이 있더군요.


일본 소도시의 어느 골목에서나 만날 수 있는, 주민만을 바라보는 이자카야와 거의 비슷하게 외진 골목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 집은 주택가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드문드문 술장사를 하는 가게들 가운데서도 가장 마지막 라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나미오.

꽃구경을. 목적어만으로 종결된 것인지 미처 할 말을 다 못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이름의 이 가게는 남편과 사별한 중년의 여사장이 혼자 꾸려가는 가게입니다만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지는 맛집입니다.

가격도 착하구요.

이제 갓 서른이 되었다는 딸과 함께 운영하는 가족식당이라서인지 집에서 만든 요리와 함께 맛있는 반주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생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선배CEO는 혼술을 좋아하는데 용케 골목을 뒤져 이 집을 잘도 찾아내었나 봅니다.

저는 술은 혼자 안 마시는 편입니다. 출장시 외국의 호텔방에서 맥주를 홀짝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의식적으로 혼술은 극력 회피하는 셈이죠.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술을 안 마십니다.


그러다 보니 저에게 술자리란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분으로 마시다 집에 들어서면 기분 좋게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생활 속 작은 폭죽놀이와도 같은 축제입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일본식 이자카야의 양이 많지 않아 여러가지 음식을 시켜놓고 같이 끼워달라고 저녁 내내 노크를 해대는 빗방울을 방 밖에 세워둔채로 우리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


왁자지껄하지 않았고, 비가 내렸고, 음식이 맛나고, 술이 달았던...

아주 좋은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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