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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한가위 토끼를 잡다

미국이 로켓 발사에 실패한 날의 성공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한가위 토끼를 잡다

팔월 한가위를 맞이하여 부모님과 특식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 고민하다가 저다운 발칙한 생각이 떠올랐지 뭡니까.


한가위 대보름달 방아 찧는 살 오른 토끼를 먹자!


늘 배부르다, 그만 먹는다 하던 엄마가 아무 말 없이 뚝딱 식사를 다 하셨고, 아버지는 밥을 추가해서 드시기까지 했네요. 이벤트 대성공입니다.


토끼 같은 자식이 코를 박고 토끼를 아작 내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네요. ㅎ


오늘의 반주로 선택된 전통주는 백제 소주 25입니다.

김제평야에서 재배한 쌀을 세 번 담가 발효 원주를 만들고, 위스키의 향을 잘 끌어올리기로 유명한 독일 코테사 증류기로 상압 증류로 술을 내린 뒤, 도자기에서 8개월 숙성하여 완성합니다.


연한 단맛이 나는가 하면서 부드럽게 목을 넘어간 뒤 혀가 아릴 정도의 자극과 목구멍 전체로 역류하는 작열감이 화사하게 불꽃놀이처럼 마무리해 줍니다.


담백한 국물요리나 심심한 음식 즉 고기국수나 닭곰탕, 만두전골, 명란계란탕, 차돌박이 편백 찜 등과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만, 간이 잘 밴 토끼 볶음과도 맛드러 지는 궁합을 보여줍니다.


식탁 위에 수저받침 겸 앞접시로 사용하는 저 검은 그릇의 아이디어는 제 작품입니다만 공간 활용이나 기능, 미학적으로도 볼 때마다 흐뭇해서 자랑스럽습니다.


지방이 가장 적고, 흡수율이 95%로 매우 높은 토끼고기는 건강에도 더 좋을 것이라서 꼭 엄마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요리를 해 먹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름달이 뜰 때마다 달 속에 토끼가 안 보이더라도 너무 섭섭해 마세요. 배 속에 있으니 안심하시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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