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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Oct 06. 2022

연극 82년생 김지영

몰아의 과정

<도을단상> 82년생 김지영...퇴화된 자아

책이나 영화로 이 작품을 보지 못했습니다.

책을 닥치는대로 읽는 저에게는 책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 있습니다.

"모든 책은 하나의 편견이다. 그러므로 그 편견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또 다른 편견과 만나는 것이다"


연극도 대개는 하나의 관점이 있고 그 관점의 프리즘에 투영된 빛을 우리에게 보여주죠.

세상을 계급의 시각으로 보는 관점, 세상을 영웅의 역사로 보는 관점, 세상을 보통사람들의 눈으로 보는 관점, 타력구제의 관점, 자력구제의 관점 등등..

이 연극은 35살 김지영이라는 여성의 관점으로 해석된 세계를 보여줍니다.


자아의 성장이나 발달을 설명할 때 즉자적자아, 대자적자아, 즉대자적자아를 말합니다. 즉자적자아는 유아기처럼 자기자신을 대상화하고 우주의 중심으로 이해하는 자아, 대자적자아는 사춘기의 자아로 상대방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이해되고 설명되는 자아이며, 즉대자적자아는 성인의 자아로 즉자적자아와 대자적자아가 통합된 자아입니다.


한 여성이 산후 우울증에 걸립니다. 그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남편을 통해 거슬러 거슬러 그녀의 과거로 올라갑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나 사정으로 힘든 모든 것들이 남자라는 거울에 투영된 대자적 자아로 보여집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엘 가고 취직을 해서 이룬 성취가 임신으로 무너졌을 때, 지영은 통곡하며 내가 왜...내가 왜..내가..왜..라고 무너집니다. 대자적 자아가 즉자적 자아로 퇴화하지요. 자기만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부모도, 남변도, 딸도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35살의 김지영은 즉대자적 자아를 보여줍니다. 부모도 남편도 아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일도 다시 시작하고...'라고 설명합니다.


아직 존재하는 것들, 이 땅의 여성들이 느끼는 불합리와 부조리를 다 없애준대도 임신과 출산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요. 지영의 엄마는 뱃 속에서 놀때, 82년 4월 1일 태어났을 때, 우는 지영이가 눈이 마주치면 웃어줄 때, 처음 엄마라고 불러주었을 때, 생일잔치를 할 때등의 모든 순간을 기적과도 같은 놀라움과 기쁨으로 채웠었죠.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지영이 안쓰러웠습니다.


'내가'하는 일이라 '중요한 일'이고 소중한 삶인데,

세상이 '중요'하다는 일을 '내가'하려고 하는 데서 오는 고통. 괴리감.

이런 사람들은 자아의 추락과 후퇴를 공통적으로 경험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페미니즘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이들이 있겠지만 저는 과잉된 '자아'에 대한 의식과 탐색이 타자화되거나 타자와의 비교를 통해서 오히려 스스로 작고 초라한 나를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퇴행하는 '현대인의 몰아沒我'를 그린 실존주의적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하는 지영이에게 졸필로 편지를 쓰고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ㅋ


다음 편견이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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