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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가을이라기보다, 봄이어라...

우리네 인생, 돌이킬 수 없는 날들이여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가을이라기보다, 봄이어라...

이태원 참사로 많은 젊은 목숨들이 피지도 못 한채 지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난 부모님들은 워낙 축제와 이벤트를 좋아하는 50대 아들내외의 생사가 걱정이 되어 한참을 마음을 졸였다고 마른 입술을 핥으며 애닳픈 고백을 하더군요.


사실 오늘 갈 예정이었습니다만 엄마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골절수술을 받고 병원과 집에서 꼼짝 못 하고 지내고 있는 엄마에게 바깥바람이라도 쐬게 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죠.


광명시 한 바퀴 드라이브를 하고 경륜공원으로 들어섭니다. 우리 오느 줄 알고 미리 나와 맞아주는 초가을의 따뜻한 햇살이 우리 가족을 감싸 안아주네요.


퇴원 후 처음으로 걷는 엄마와 블루스를 추듯 조심스럽게 걸어주는 아버지, 귀찮을 텐데도 늘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는 아들, 딸보다 나은 며느리와 무덤덤한 아범으로서의 저까지..다섯이서 잠시 해바라기를 했습니다.


산천초목이 다 가을겨울을 보내고도 다시 새살, 새잎을 돋워내는데 사람은 정말 뭐한다고 늙기만 하는 것일까요.


가을이라기 보다는 봄날의 햇살 같이 포근한 오후, 우리네 인생 지금 이 순간,

가을이라기보다는, 봄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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