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같은 젊은이들의 몰살을 한 생애에 두 번이나 보아야 한다는 현실이 주는 비현실성에 눌려 비현실을 다루는 연극, 뮤지컬 공연일정도 4개나 취소를 했습니다.
공식적인 애도기간이 끝나는 토요일에 아버지의 텃밭에 3대가 모여 한 해 농사를 갈무리했습니다.
배추 20포기를 뽑아 우거지와 속배추로 나누고, 한 고랑 잘 자란 대파를 뽑아 다듬고, 무우를 뽑아 우거지와 뿌리를 잘라 다듬고, 김치를 담글 갓을 뽑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무우를 썰고 말리고 우거지를 씻고 배추를 절이고 김장김치를 담그는 과정에 참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더군요.
오늘 점심에 수육에 김치를 싸먹으면서 내년 농사에서 배추와 무우를 퇴출시킬 것을 아버지에게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고추, 상추, 오이, 가지, 옥수수, 고구마.
바로 따서 먹거나 캐서 먹기만 하면 되는 6가지 농작물만 심고, 배추나 무우와 같이 공수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버지 소일거리의 범위를 넘어가니 퇴출시키는 것이 맞을 것 같다구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이후 올 겨울에 먹는 김치가 우리 집의 마지막 김장이 되는 셈이지요. 또 한 세월이 꺽이는 소리를 우걱이며 씹어먹었습니다.
함께 하는 수고가 적어질수록, 부대낌이 적어질수록 세대간에 공유하는 정이랄까 공감대가 줄어들 것입니다.
아들과 자주 만나 시류와 세담을 나누는 우리 아버지는 태극기 집회에 나가 훗세대 욕을 할 일이 없고, 아버지와 자주 한 잔 하며 시사와 인생을 논하는 우리 아들은 틀딱이니 꼰대니 하며 기성세대를 백안시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부대낌이나 수고로움을 함께 하는 기억이 공동체의 일체감에는 필수일 것이나 본업도 아닌 텃밭농사를 하기에도 점점 버거워지는 아버지의 나이를 생각하면 자꾸 벌리기만 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텃밭농사 갈무리하는 주말에 저녁 한 번, 점심 한 번 맛나게 잘 먹었네요.
이 달 말에 일본출장이 있어 내일부터는 일상이 좀 숨 가쁠 듯 합니다. 10월에 오사카에 이어 11월에는 도쿄 출장이니 올해는 이 것으로 족하다 싶네요.
스러진 이름들의 안식을 기도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안녕하고 그만큼 더 소중한 의미로 강화된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