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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도을단상> 니체와의 만남.

행위자와 피행위자가 느끼는 감정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니체와의 만남.

어찌어찌 하다보니 하루 종일 니체를 읽었습니다. 하도 오랫만의 만남이라 반가움과 어색함이 교체되더군요.


하나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행위자와 피행위자는 복잡미묘한 감정상태가 될 것인데요.

행위자는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움을 느낄 것이며, 피행위자는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에 황당스러움을 느끼게 될 텐데요.

저는 코로나 이후로는 계속 황당함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면 의지적 실행자로서의 행위자가 갖는 목적인이 없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런 당황스러움과 황당스러움을 니체와 신의 관계를 놓고 생각해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는 듯 하다는 생각을 하며 니체를 읽었습니다.


니체라는 존재는 신의 완전성과 무결성의 입장에서 보면 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신이요, 니체는 그런 행위자의 산물로서 각성되는 자신의 모습에 황당해 해야 맞을 것 같은데,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나 초인적인 의지로 인해, 오히려 우주 전체에서 니체가 행위자로서 자신의 뜻과는 달리 여전히 존재하는 신에의 맹목에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괜히 가만히 있던 신이 오히려 황당해 했을 것만 같은...


니체가 살았던 시기의 열에너지를 지금의 내가 느끼며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마치 까마득한 옛날의 초신성이 내뱉은 마지막 빛의 숨결을 지금에서야 내가 바라보듯이...


하루 종일 거의 아무 것도 안 먹고 게걸스럽게 니체를 핥아대다가 저녁 한 끼를 원없이 먹었더니 어느덧 수밀도와 같이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었습니다.


몽고데침이라고 시작했는데 다 때려넣고 끓여 먹은 화냥데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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