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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Apr 30. 2023

<도을단상> 4월 말일절에 저린발, 부은발을 만나다

오이디푸스, 운명에 맞선 고통받는 자들의 왕

<도을단상> 4월 말일절에 7호선 저린발, 부은발을 만나다.


연극관람 동아리 안에서 제 별명은 7호선 저린발입니다. 사연은 길어서 생략^&^

암튼 매월 말일은 말일절이라는 이름을 붙여 가급적이면 외부 약속을 잡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을 합니다.


오늘 관악아트홀에서 저린발이 부은발을 만났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 오이디푸스(부은 발이라는 뜻).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는 아테네 민주주의가 절정에 달했을 때에, 운명의 포승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퉁퉁 부은 발을 이끌고 신이 정해놓은 운명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오이디푸스를 통해 인간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대함과 취약성을 보여주는 명작입니다.


왜 사는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가 되는 인간은 신에게서 벗어난 자입니다. 죽음조차도 신의 것이라 자살하면 지옥에 가고, 불구가 되어도 신의 뜻이며, 왜 사는 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것은 불경이었던 세월이 세익스피어가 나올때까지 이어집니다.

그리스 비극은 2천 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통해 인간을 묻고, 인간다움을 묻고, 끊임없는 좌절 가운데서도 흐르는 눈물을 팔뚝으로 닦고 일어나 절룩이며 운명과 싸우며 제 길을 개척하는 인간의 길을 가야한다는 사실을 서구인들에게 일깨웁니다.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

민주주의.

2500년전 그리스의 몇 개 도시가 누리었다가 2천 년동안 사라졌고,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듯 보이지만 대부분의 역사에서 이름만 민주주의일 뿐일만큼 여리고 취약한 소망.

거의 언제나 비극으로 끝나는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가야할 세상.


아주 훌륭한 작품의 막공을 보았습니다.

100분동안 공간을 채우는 신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되는 족쇄와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고통받는 자들의 왕 오이디푸스.

진실을 보지 못했던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서야, 보이는 것은 없으나 어디로 가야할 지를 훤히 알겠다는 오이디푸스.


그의 뒷모습을 본 자들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의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라는 노래가사가 가슴에 남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4월의 말일절을 보내도 좋은 것인지, 이렇게 좋은 데 왜 가슴은 이리도 먹먹하고 눈물은 쏟아지는 것인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면서도 내내 가슴이 벅찼답니다.


여동생 부부까지 모처럼 6식구가 맛있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완벽한 하루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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