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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n 09. 2023

<도을단상> 90세 리어왕 이순재.

예술에 물드는 시간과 공간

<도을단상> 90세 리어왕 이순재.

공간과 시간이 예술에 물들다.


LG아트센터에 드디어 왔습니다.

나오시마를 시작으로 이곳저곳에서 만났던 안도 타다오와의 재회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오늘의 주된 관심사는 리어왕과의 재회입니다.


90세 이순재 선생이 이제 다시는 리어왕을 연기하지 않겠다 하시니 마지막 리어왕 이순재와의 만남이라 일부러 달려왔습니다.


작품 속 리어왕보다 열 살이 많은 90세 배우의 꼿꼿한 허리며, 뱃속에서 끓어오르는 목소리며, 그 많은 대사를 담고 있는 뇌의 영민함이며,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열정에 이르기까지, 오직 뭉개지는 발음만이 그가 노장임을 드러내는 200분이었습니다.


수도 없는 횟수로 등장하는 신의 이름과 뜻에도 불구하고 인간 스스로의 선택으로 밀려오는 슬픈 결말이 빚어내는 비극은, 그러나 언제나 인간으로 하여금 흐르는 눈물을 굵은 팔뚝으로 씻어내고 일어서려는 새로운 다짐으로 부활하는 돌림노래입니다.


인생이 내 맘 같지 않죠.

내 뜻 대로 되는 일이 없죠.

그 신랄한 피범벅이 값싼 낙관으로 채워지는 희극보다 훨씬 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용기를 준다는 것을 비극은 웅변합니다.


그나저나 얼마나 할 일이 많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아서 이순재선생은 이제 리어왕은 마지막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잘 따라다니면서 늘 새로운 그와 만나야겠습니다.


올 때와는 조금 달라진 도을이 되어 집으로 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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