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너를 만나고 가는 비 3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한 댓가는 크다.
물기 가득 품은 바람으로
네 이마를 쓰다듬거나
이슬처럼 내리는 방울들로
네 뺨이 송글거릴 때나
후두둑 옷 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예고없는 소나기에라도,
아니, 아무리 모질어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주구장창
울어대는 기나긴 장마로
뿌예진 창문마다
너의 얼굴이 흐릿해 질 때는,
마치 잊고 있었다는 듯이
화들짝 연기라도 좋으니
아는 체를 했어야 했어.
나를 더는
시험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를 더는
모욕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제 알겠다.
제 손으로 만들었다
제 손으로 부수는
조물주의 심정으로,
네게로만 흐르던
내 심장의 혈로를 비튼다.
태풍이 되어,
폭풍이 되어,
그러나 바람으로 그치지 않고
마침내
너를 만나고 가는 비.
잃어진 너를
잊어버리고 가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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