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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Aug 10. 2023

<도을단상> 너를 만나고 가는 비 3

<도을단상> 너를 만나고 가는 비 3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한 댓가는 크다.


물기 가득 품은 바람으로

네 이마를 쓰다듬거나

이슬처럼 내리는 방울들로

네 뺨이 송글거릴 때나

후두둑 옷 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예고없는 소나기에라도,


아니, 아무리 모질어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주구장창

울어대는 기나긴 장마로

뿌예진 창문마다

너의 얼굴이 흐릿해 질 때는,

마치 잊고 있었다는 듯이

화들짝 연기라도 좋으니

아는 체를 했어야 했어.


나를 더는

시험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를 더는

모욕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제 알겠다.

제 손으로 만들었다

제 손으로 부수는

조물주의 심정으로,

네게로만 흐르던

내 심장의 혈로를 비튼다.


태풍이 되어,

폭풍이 되어,

그러나 바람으로 그치지 않고

마침내

너를 만나고 가는 비.


잃어진 너를

잊어버리고 가는 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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