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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Aug 13. 2023

<도을단상> 뷰티풀 라이프

어느 잘 사는 집의 하루

<도을단상> 뷰티풀 라이프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들면서 9시와 10시에 알람을 맞추었습니다.


9시 알람을 끈 기억과 10시가 되어 놀라서 깼다는 것. 그리고 비몽사몽 간에도 아점을 먹었다는 것.

그것이 오늘 오전에 대한 기억의 전부입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대학로로 고고.

노부부의 40년이 넘는 세월에 대한 후배들의 이야기를 50년이 훨씬 넘은 선배들이 앉아서 보고 듣습니다.


엄마는 별로였다고 하는데, 그럴 리가 없고요. 아버지는 극장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리고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먹먹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앞을 못 보게 된 아내보다 하루만 더 살기를 소원했던 남편의 모습이 엄마를 케어하는 당신의 모습에 너무 깊이 동화되었나 봅니다.


너무 늦게 소중한 사람의 존재에 대해 깨달았다고,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 모습에서 홀로 남게 될 지도 모르는 노인의 공포와 두려움을 엿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러 나간 손주를 빼고 2대가 아름다운 삶의 한 장면을 또 만들었습니다.

각 1병 소주를 나누어 마시고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을 무겁게 사 들고 살짝 흔들리며 돌아서는 아버지와, 흔들려도 매달릴 곳이라고는 아버지의 팔뚝 밖에는 없어서 뒤뚱거리며 앞으로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약간 흐려지는 듯 묽어지는 듯한  알딸딸한 취기에 젖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Beautiful LIfe.


잘 살고 못 사는 게 고작 금전의 문제일 리가 없습니다. ㅎ


오늘도 우린 잘 살았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좋은 일(Good Job)을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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