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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Sep 21. 2023

<도을단상> 12천수의 하나, 마츠야마성 천수에 오르다

목조 건물 그대로의 천수각 12개 중 하나

<도을단상> 12천수의 하나, 마츠야마성 천수에 오르다.

오다노부나가가 1579년 천하의 제패를 눈 앞에 두고 지은 아즈치성에 처음으로 텐슈카쿠가 세워집니다. 텐슈카쿠(天主閣)는 천하의 주인이 머무는 집이라는 의미입니다. 노부나가 자신이 천하의 주인임을 내세운 것이지요.


1582년 불과 3년 후에 오다 노부나가가 죽고 아즈치성 텐슈카쿠가 불타고 난 뒤에는 대부분의 텐슈카쿠는 天主閣이 아니라 天守閣이라는 글자로 채워집니다. 천하의 주인을 지키는 자가 머무는 집이라는 의미로 주저 앉게 되지요.


현재 일본에 남아있는 천수는 결국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전투를 지휘하다 성과 목숨을 함께 하는 장렬함을 기억하기 보다는 대부분 일본통일이 끝난 후의 평화시기에 영주들의 거처로 지어지는데 이 마츠야마성도 1602년에 축성이 시작된 평화시 산성입니다. 폼만 잡고 있는 셈이지요.

더군다나 천하의 주인을 품는 공간이 아니라 천하의 주인을 섬기는 자를 품는 공간으로 공간의 의미마져 사라진 셈입니다.


그 천수의 꼭대기에 올라 마츠야마 시내를 내려다 봅니다. 아직도 30도를 넘는 땡볕이 내리쬐고 있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바람이 천수 안으로 몰려들어 옵니다.


치열한 전투성의 이미지로 잘 포장되어 있으며, 천황제 일본의 순종적 텐슈天守의 가면을 쓴 400년 역사의 가게무샤 (그림자무사, 가짜무사)와도 같은 역사의 굴절된 흐름을 아는 이가 점점 줄어들면 어느새 와전된 진실은 사실로 굳어지겠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마츠야마성을 오르내리는 리프트는 무심한 회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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