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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Sep 24. 2023

<도을단상> 부모님과의 전통주 콘체르토 70,71

여유와 송로주와 함께 하는 만찬

<도을단상> 부모님과의 전통주 콘체르토 70,71

이 번주에 부모님과 함께 마신 전통주는 여유와 송로주입니다.


일전에 아구찜을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아구와 해물 3킬로에 콩나물 듬뿍 넣고 아구찜을 했습니다.


제가 껍질을 까고 씻고 갈아서 만든 재료로 구운 감자전도 기깔나더군요.


무형문화재 송로주는 아낀다고 우선 식전주로 여유를 먼저 땄습니다. 25도의 여유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한 잔의 여유를 선물하는 듯 마시면 자극이 하나도 없이 부드럽더군요. 아무런 맛이 없나 싶을 정도로 미미한 쌀의 단맛만 나는데 기름에 지진 음식과 잘 맞다 하니 감자전과 시작한 식전주로는 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맹물은 아니라는 듯 뱃 속 깊은 곳에서부터 작열하는 타격감이 좋았습니다.

술이 향이 약하고 제 성격을 드러내지 않으니 음식이 주인공이 되고 술이 거드는 형국이라 반주로는 아주 좋습니다.


아구찜을 거의 다 먹었을 무렵 다시 감자전 한 장을 구워내고 드디어 송로주를 땄습니다.

무형문화재인데다가 유명한 술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대감이 솔솔~^&^


솔. 솔. 그게 다였습니다.

솔잎을 씹었을 때의 향과 쌉쌀함과 끝맛까지 정말로 제대로더군요.

그런데 그 맛과 향이 너무 강해서 첫 잔에 갑자기 '식사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주와 함께 술을 즐기는 한국인들에게 잘 먹힐까? 하는 의심과 더불어 유명세와 호사가들의 입소문의 덕으로나 연명하는 술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암튼 저로서는 반주로 마시기에는 최악에 속하는 술이라는 것이 제 평가입니다.

술만 마신대도 금방 질릴 것 같은 강한 맛이 인상적이라 찾아보니 주재료가 밀술에 '솔옹이'를 넣어 만든다고 하네요.


솔향을 제대로 구현하는 기술에 주는 상이 무형문화재였으려니 생각합니다.

반대로 지금까지 먹었던 아구찜의 모든 향을 일거에 씻어 버리니 후식주로는 나름 기깔나게 깔끔하니 정리를 해 줍니다.


오늘은 어떤 술을 먼저 마실 것인가라는 선택이 기깔났던 저녁이었습니다.


공부에 쫓기는 아들은 술잔 대신 손으로 술잔 모양을 만들어 건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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