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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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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Oct 28. 2023

<도을단상> 인위를 밀어내는 무위.

사람이 하는 일, 하늘이 하는 일

<도을단상> 인위를 밀어내는 무위.

시골에 갈 때마다 납골당 묘자리의 사진을 찍습니다.


어느집 묘소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정성과 공을 들였던 봉분을 없앤 자리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어느덧 사람이 한 일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 대신에 해가 비치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계절이 바뀌는 대로 주변의 풍경을 닮아가는 것을 보면 자연自然이 스스로 그러해서 자연이라는 표현을 한 것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늘 전지가위날 맞아 무릎 높이를 유지하던 회양목이 제 맘껏 홀로 푸릅니다.

사람이 한 일을 하늘이 지우기라도 하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배가 터지도록 사람이 먹고 왔으니 내일이면 하늘이 또 비워주겠지요.

그런 하늘의 도움이 끊기는 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일테구요..


마음속에 묻은 조부모님 한 번 꺼내보고 돌아오는 길이 꽤나 막히더군요. 더디 가라는 뜻이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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