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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Feb 22. 2024

<도을단상> 연극 화전火田

연극 만선의 짝, 연극 화전

<도을단상> 연극 화전火田


먹고 살려다보니 오랜만에 연극을 보았습니다.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화전을 만났습니다. 연극 만선滿船과 짝을 이룰만 한 작품이네요.


바다에 몸을 기대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만선이라면, 산에 몸을 맡겨 살아가는 이야기가 화전인듯합니다.


여말선초麗末蘚初.

새 왕을 거부하며 역모를 꾸미던 양반님네들이 왕따위 모르고 산 속에 박혀 사는 화전민 마을에 숨어듭니다.


산에 붙어살면 산을 닮아야 한다며, 산이 화전민을 품어주었듯 그들을 품어야 한다는 촌장의 일갈.

그리고 물과 기름같은 이들의 동거.

짧은 평화와 웃음.


인디언들이 모든 것을 빼앗기는 계기가 된 포카혼타스와 같은 처녀 이랑과 이랑을 사모하는 돌치와 이랑이 흠모하는 양반집 도련님의 삼각관계.


질투가 아닌 분노의 불길에 휩싸인 돌치의 밀고로 역적의 무리들과 화전의 무리들이 뒤엉킵니다.


도련님이 이랑을 안았던 갈대밭, 그리고 도련님이 관군을 피해 숨어든 갈대밭에 시뻘건 불이 붙습니다.


온 산을 검게 태운 그 산에 씨를 뿌리고 시나브로 싹이 트고 또 그렇게 난 인생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화전민의 삶이라며 울컥울컥 토해내는 정선아리랑 가락 속으로 서러운 불을 끄는 눈물이 흐릅니다.


손바닥에 불이 붙을 정도로 박수를 쳐댔습니다. 이것밖에는 할 수 없기에 소스라치듯 현실의 관객이 되어 찬사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화전火田의 장이 화전火戰의 장이었다가 화전化轉의 장이 되는 모습을 24명의 배우들이 빚어냈습니다.


아..엑시터시...ㅂ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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