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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Mar 23. 2024

<도을단상> 438, 연극 가족 사진 ..

예기치 않은 만남

<도을단상> 438,가족 사진 ...예기치 않은 만남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지요. 그 비극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면 슬픔 가운데 깨알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희극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깨알같은 웃음 속에는 다시 모래같이 푸석해진 마른 눈물이 있구요.


아무 생각없이 모처럼 대학로에 나온 김에 연극 하나 더 보자고, 제목만 보고 고른 작품, 가족사진.


대구지하철참사와 세월호참사, 그리고 이태원참사로 이어지는 20년 세월을 미시적으로 보여줍니다.


라시아에서 총격난사로 115명이 죽었다는 기사는 매우 건조하게 제 눈을 거쳐 다른 뉴스들 속으로 사라져갑니다.


그렇듯 참사로 인한 희생자의 엄청난 숫자는 자칫 현실성을 잃고 시간 속에서 묻히곤 하지요.

하지만 그 거시적 사건의 줌을 당겨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을 들여다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희노애락이 있습니다.


관객 모두를 훌쩍이게 만든 작품 속에는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 웃음의 포인트를 빛내주는 명연기와 명대사가 가득합니다.

미친듯이 웃다가 마주하는 갑작스러운 먹먹함.


참사가 정말 슬픈 이유는 그것이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아주 멋진 희곡이었기에 그 먹먹함에 다리 힘이 빠지더군요.


비상구 2개만을 열고 먼저 도망간 기관사,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틀고 먼저 도망간 선장, 가만히 아무 것도 안 하고 퇴근한 구청장과 아무 것도 안 하고 배회하던 경찰.


그렇게 20년이 흘렀고 30대의 저는 덧없이 50대가 되어 그저 불 꺼진 무대 앞 객석에 앉아 무능의 눈물만 흘리다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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