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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Apr 14. 2024

<도을단상> 다니엘..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도을단상> 다니엘..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분위기가 많이 밝아서 읽기에 좋았습니다. 기를 빨리는 듯한 우울과 분노와 절규와 매달림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쏟아져내리는 빛살에 부신 눈을 뜨지 못하고 그 앞에 저절로 무너져 내려 무릎을 꿇게 되는...그런 느낌입니다.


유대인들이 바빌론 유수를 경험하게 되는 시대에, 그 암흑과도 같은 시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인물의 존재는 그래서 아름답고 숭고합니다.


바빌론의 신에게 경배하지 않으면 극렬히 타는 풀무에 던질 것이니 잘난 너희들의 야훼가 어떻게 너희를 구하는 지 보자는 느부갓네살 왕에게 다니엘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 아니하고 왕의 세우신 금 신상에도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 라고 말합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참으로 놀라운 신앙고백입니다.

이차돈의 이야기로 익숙하면서도 새삼스럽게 경이로운 다니엘의 신앙고백이 마음 깊은 곳을 울립니다.

흔들림 없는 정신의 한 상태를 보여줍니다.


반면 왕의 권세와 영광의 빛나는 화려함은 육신이 누리는 유한의 흔들림을 보여줍니다.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세어보고 세어보고 저울에 달아보매 왕의 義가 부족하여 나라가 멸하리라.


흔들림 없는 정신의 한 상태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부시도록 흔들리는 육신의 한 상태를 구할 것인가.


우리 사람살이는 크게는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과 그 결과 아닐까요.


Hoc Quogue Transibit.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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