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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May 05. 2024

<도을단상> 442.연극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연극 관객모독의 A급 짝퉁

<도을단상> 442.연극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연극 관객모독의 A급 짝퉁.


비가 많이 내리는 북촌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배경을 뒤로 하고 극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우리동네 새내를 재미있게 보았던 극장을 다시 찾았네요.


이미지와 스토리로 뒤덮힌, 그래서 오염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지극히 유물론적 관점에서 사물과 사람과 삶의 유사성 내지는 동일성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극본은 처음부터 관객모독의 작가 페테 한트케를 훌륭하게 모방 혹은 모사하기로 작정한 듯이 언어의 자의성과 연극이 가지는 요소들의 무작위성을 변증법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합니다만, 그래서 사물의 본질에 관해서는 완벽하게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물에게서 이미지나 가치나 스토리를 벗겨내듯이 우리 인간에게서 의미나 목표나 성취와 같은 이야기를 벗겨내기 위해 주어진 가장 강력하고도 분명해야 할 '언어'의 의미를 제거함으로써 연극은 사물의 본성에 대해서가 아니라 관객모독을 모독하는 것에 대해서 열심인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루크레티우스도 페테 한트케도 만족시키지 못한 이 작품은 인지부조화를 노린 배우 등의 극단 관계자들과 뭔가 허리상학, 아니 형이상학적인 작품을 본 것 같이 느끼는 관객들의 허위의식을 만족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비판적이듯 읽히시겠지만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관객모독을 잘 연구하고 만든 A급 짝퉁과 만났을 때의 그런 기대와 흥분으로 말입니다. ^&^


박수 열심히 쳐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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