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시대를 낳느냐, 시대가 영웅을 낳느냐 하는 오래된 질문에 답하라면 저는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환경 결정론자냐 하고 묻는다면 그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하다못해 '트럼프 리더십'이란 책도 있는 마당에 시진핑 리더십에 대한 논의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현재까지 제가 공부한 잠재적인 결론은 지독하게 운이 좋은 사내라는 정도입니다.
2013년 집권한 시진핑의 제1성은 신창타이(뉴노멀), 2성은 중궈멍(차이나드림), 3성은 공동부유입니다만, 이런 정책노선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사태에 이르는 자본주의 진영의 변화와 개혁개방 30년을 이끈 선부론의 모순인 부패와 빈부격차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의 투영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마오가 추진한 대약진 운동의 실패가 공산주의 정책의 퇴행을 불렀고, 그러한 퇴행이 문화대혁명이라는 반동을 불렀죠.
문화대혁명의 폐허가 개혁개방이라는 30년 동안의 공산주의 정책의 대반전을 불렀고, 그 속에서 배양된 부패와 빈부격차라는 퇴행이, 그리고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보여준 집단지도체제의 불안정성과 한계가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의 정변으로 드러난 퇴행이, 이 2가지 퇴행의 결과가 시진핑이라고 봅니다. 그의 집권과 독점적 권력과 종신집권의 모든 토대는 2012년까지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거기 있었을 뿐입니다.
미국에서의 똑같은 양상의 퇴행의 결과가 트럼프인 것과 마찬가지로요.
결국 동일한 배경과 시대적 산물인 시진핑과 트럼프는 어쩔 수 없이 캐릭터가 겹칩니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트럼프의 MAGA이고, 시진핑의 중궈멍이죠.
결국 게임에 대한 전망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는 미국의 선수치기이냐, 중진국 함정에 빠지기 전에 패권국에 덤비는 시진핑의 조급함이냐를 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만해협이나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기정사실로 보는 듯 합니다.
중국은 철저하게 공산진영으로 고립되어 자멸한 소련과 다르며, 자유진영내 경쟁에서 도태된 독일과 일본과도 다르며, 급성장한 나라들이 모두 겪은 경제위기도 겪지 않았고, 차세대 핵심기술 경쟁에 있어서 미국과 쌍벽을 이루고 있기에 저는 힘의 균형이 어느정도는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미국이 먼저 치든(투키디데스 함정), 중국이 먼저 치든(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 조급함이 원인이라는 것인데, 역설적으로 시진핑의 장기 종신집권과 시대를 선취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 주요모순에 대한 대증요법으로 지금까지의 성취를 이뤄온 시진핑의 쫄보기질이 생각지도 못한 '안정성과 여유'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체제경쟁 구도 자체가 허구인 것이, 중국과 사회주의가 세계를 이끄는 리더심ㅅ을 확보할 수는 없다고 저는 봅니다. 그러니 진상은 그냥 두 나라의 짱먹기 전쟁인데, 오래 가는 지루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저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