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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Aug 13. 2024

<도을단상> 내가 사랑한 압화 2

자작시 압화押花

<도을단상> 내가 사랑한 압화 2


압화押花


짓눌려 피는 꽃이 되었다


단 한 번도

의지로 채워지지 않은 삶.


바람에 실려 땅에 지고

흙을 뱉아 내며 간신히 확보한 기도

원치 않을 때 비에 젖고

뜻하지 않게 땡볕을 맞다


하늘하늘 흔들리다

스러질 뿐이라고만 믿었는데

꼭꼭 숨어야 할 이유따위 없었는데

누군가의 눈에 걸렸다

누군가의 손에 잡혔다


바라지도 않았던 푸르름을 잃고

꼴깍꼴깍 머금은 물기를 잃고

겨우 내린 뿌리 덮을 흙마져 잃고


한 번도

의지로 채운 적이 없는 삶.


짓눌려 피는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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