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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Mar 21. 2024

삶이 내게 하는 말

우리 안의 지혜


일상을 살다 보면 이유 없이, 아니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무심코 듣게 된 노래 가사 한 줄, 책 구절, 어떤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 작은 행동들에서 뜻 모를 눈물이 터져 나올 때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어느 날 어떤 가족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부모가 핸드폰을 보느라 아이들을 신경 쓰지 못하는 중에 남매 중 큰 아이가 동생의 어깨를 감싸며 연신 보호하느라 애를 썼다.  순간 내 안에서는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가만히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니, 그 울컥한 마음은 '서러움'이었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나만의 '설움'은 이런 것들이었다.  보호받지 못했던 마음, 보호받고 싶었던 마음. 이런 서운 함들이 사는 동안 켜켜이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눈물로 터져 나왔던 것이다.



pinterest_마음 길_240319



상담실에서도 이런 순간을 만난다.


나도, 내담자들도 켜켜이 쌓여 온 감정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른 모습들로 터져 나오는 순간들 말이다. 

그 다른 모습이 어느 날은 눈물이고, 어느 날은 무기력이며, 어느 날은 우울과 분노, 공황, 또 어느 날은 꿈으로도 표현된다.


"삶이 내게 할 말이 있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새의 선물, 은희경


어떤 분이 사람들과 대화가 안 되는 문제로 상담을 받고자 했다. 어려서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더니 급기야는 아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녀의 일상은 감정의 움직임이 매우 단조로웠는데, 유독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만큼은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많이 나고 극단적인 우울감에 압도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남자친구와 다투고 나면 몇 시간이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스스로도 그렇게까지 슬플 일이 아닌데도 몇 시간을 울게 되고, 울고 나면 온몸에 기운이 빠져 기진맥진해진다는 것이다.  더 이상은 이렇게 이유도 모른 채 목 놓아 울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렇듯, 우리 삶에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증상(어려움)은 우리 자신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다.  필자에게도,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된 그녀에게도, 마음속에 담아 둔 감정과 생각들이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터져 나온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제발 좀 들어 달라고 말이다.


 


pinterest_마음길_240319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처한 어려움을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일이 많다.  삶이 내게 하는 말을 들어주는 과정 또한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지극한 사랑과 다르지 않다.  아이의 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른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할 때 자칫 아이의 진짜 마음을 들어 볼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아이의 입장에서 들으려고 노력하는 부모라면, 판단하거나 평가를 멈추고 일단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이를 우리 자신에게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삶이 내게 하는 말을 들으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지금 찾아온 어려움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진짜 우리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자고 삶이 우리에게 말 걸어오는 것이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자기만의 조용한 나침반이 있어요. 
그러나 그 지혜는 요란스러운 자아와 달리 은은해서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틀릴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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