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보다 행복한 날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요일은 언제인가요? 당연히 일하지 않는 날이겠지요. 토요일? 일요일? 얼마 전 제가 본 연구 결과는 이렇게 뻔하지 않았답니다. 인간은 기분에 맞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SNS에 감정을 내뱉기도 하지요. 화가 날 때는 욕을 쓰고, 기분이 좋으면 흥얼거리면서 말입니다. 한 사회심리학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정서 단어의 빈도를 연구했습니다. 요일에 따라 어떤 정서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지 보고 사람들이 행복한 요일은 언제인지 확인한 것이지요.
긍정적인 단어는 플러스, 부정적인 단어는 마이너스 값으로 환산해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을 거예요. 월요일은 당연히 마이너스였지요. 출근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계정에다 짜증을 토로하고 있던 것입니다. 화요일, 수요일로 갈수록 마이너스 값은 더 커졌고요. 그러다 목요일이 되면서 값은 간신히 0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 빠진 것이겠지요. 그리고 드디어 금요일이 되면서 점수가 치솟았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우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기대합니다. 출근도 안 하고 주말 그 자체니까요. 그러니 토요일과 일요일의 점수가 가장 높아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토요일의 점수는 금요일보다 낮았고, 일요일의 점수는 토요일보다 낮았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돌이켜 보면 정말 그랬습니다. 금요일에는 항상 기분이 들떠 있습니다. 와! 이제 곧 주말이다! 하는 마음에 일하는 내내 흥얼거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미워하던 상사에게도 관대해질 수 있었지요. 세상이 온통 핑크빛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일요일은 하루 종일 우울한 적도 있지요.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처럼 나라 잃은 표정을 하고 월요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중한 휴일을 누릴 수 없던 것이지요.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릅니다. 소풍 전날은 늘 설레었지요. 잠 한숨도 자지 못하고 혹시 비가 오지는 않을까 싶어 몇 번이고 창밖을 확인했습니다. 어쩌다 선잠에라도 들면 어김없이 소풍 가능 꿈을 꾸었고요. 그렇게 기대한 소풍이지만 막상 그 과정이 그렇게까지 즐거웠던 건 아니었습니다. 차멀미로 고생했고, 땀에 절어 불쾌했고, 재미없는 유적지 답사는 다리만 아팠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소풍을 기다리는 순간이었지, 소풍 그 순간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행복은 이런 것입니다. 어떤 사건이 아니라, 사건을 기다리는 과정이지요.
우리는 행복 안에 있어도 오롯이 누리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행복이 언제 끝날까 초조해하며 말이지요. 하지만 행복을 앞둔 순간엔 오히려 행복해지는 어리석고 귀여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이처럼 말이지요. 그러니 매일 금요일 같은 하루를 살면 어떨까요? 행복한 일이 올 거라는 기대를 품는 것이지요. 막상 그 일이 일어날지 아닐지, 그 일이 정말 찬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뭐, 어떤가요. 우리는 지금도 즐거울지 아닐지 모르는 주말을 기다리며 마냥 행복하고 있는걸요.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앞으로 행복할 일만 남았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그러니 혹시 지루한 오늘을 살고 있다면, 불행한 지금을 살아내고 있다면 내일을 기대해 봅시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고 말이지요. 그 기대가 내일이 아닌 지금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행복을 빕니다. T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