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불구화, 셀프핸디캐핑
오디션 프로그램에 절대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누가 봐도 결승 후보인 참가자가 무대를 앞두고 아픈 모습이다. 연습하기에도 바쁜 시간인데, 병원에 누워있는 최악의 그림은 여지없이 송출된다. 그러나 무대에 오른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실력을 뽐낸다. 꾀병인가.
운동 경기에서 불리한 참가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우월한 참가자의 여건을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핸디캡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우리 자신에게 핸디캡을 준다. 바로 셀피 핸디캐핑, 자기 불구화다.
사회 심리학자 버글래스와 존스는 약물과 학습 능력을 연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어려운 시험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연구진은 그들의 시험 결과가 우수하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풀었던 문제와 난이도가 비슷한 시험을 다시 치러야 했다. 이때, 그들은 약물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하나는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이완시키는 약물이었다. 시험을 잘 보려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참여자들은 대부분 후자를 선택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될 때, 우리는 성공할 수 없는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시험 전날 술 마시거나, 아픈 것처럼.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 스스로 단점과 결점을 만듦으로써 실패가 찾아와도 어쩔 수 없었다는 안도감을 얻는 것이다. 자기 불구화는 의도적인 시도가 아니어서 자신조차도 의식할 수 없다.
뭐든 잘하는 친구가 준비를 못 했다며 호들갑 떠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늘 1등이라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미워할 필요는 없다. 실패에 대한 불안이 지나치게 크다는 증거니까. 그만큼 뛰어나진 못해도 사실 내가 그보다 더 행복하다는 뜻으로 알고 너그러이 바라봐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