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중력의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는 천장에 원형의 링이 매달려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는 반원만 설치되어 있다. 천장에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서 반원은 완전한 원형으로 보이도록 해 준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중 1/4만 실재하는 것이며 나머지는 거울에 반사되어 비친 이미지이다. 실재하는 것은 일부이지만 거울을 통해 우리는 설치된 구조물을 완전한 구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거울을 통해 좁은 공간이 확장되고 확장된 공간은 태양계에 있는 행성의 배치와 같다는 상상을 가능케 한다.
어쩌면 나란 사람은 완전한 하나의 개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거울처럼 나를 반영해 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자신의 모습을 더 잘 알게 되니 말이다. 내가 놓친 나의 마음을 누군가 알아채 줄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이 반응한다. 누군가 나의 슬픈 마음을 알아주면 눈물이 흐르고, 기쁨 마음을 알아주면 더 크게 크게 웃게 된다.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면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고 불안한 마음을 알아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천장에 달린 거울처럼 나를 반영해 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내 몸은 하늘로 날아 중력을 거스르는 상상도 해볼 수 있다. 평소 꿈꾸지 못했던 놀라운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나를 반영해 주는 이와 함께 있으면 알고 있던 세계가 확장된다. 내 안에서 고민하고 아파했던 마음들이 좀 더 활짝 펴지면서 세상을 더 크게 바라보게 해 준다. 내가 알던 관점이 여러 개의 눈이 되어 더 크고 더 넓게 비친다. 거울이 하나씩 더 생길 때마다 나는 더 많은 눈을 가지게 되며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친구. 친구는 나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나는 친구를 통해 나를 본다. 친구는 내가 아는 나보다 내가 더 근사한 사람인 것을 알게 한다. 친구는 나를 더 크게 확장시켜 준다. 현실 너머 우주의 공간까지 상상해 볼 수 있는 힘은 친구란 존재가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일상의 중력을 거슬러 볼 수 있는 것은 나를 반영해 주는 너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