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보고 싶어서 신발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는 신발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피라기 위해 골목길에 몸을 숨기고 있다. 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보고 싶어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너'를 생각하며 쓰기 시작했지만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0년 전 퇴사를 했다. 그 어떤 의무감도 나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애꿎은 신발을 탓했다. 잘못된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이 들통날까 봐 두려웠다. 나는 세상과 단절을 택했다.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아무도 내 신발을 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었다. 그렇게 골목길로 들어갔다. 막다른 길에서 혼자가 된 나는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왜 고립되었을까? 무엇을 찾고자 했던 갈까? 어디로 향하고 있었던 거지?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질문인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했다.
나는 아직도 그 물음의 길 위에 있다. 이제 골목이 아닌 세상으로 난 길에서 그 물음을 하고 있다. 골목이 아닌 세상 속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더 많은 실마리가 있었다. 질문을 풀기 위한 참고서도 있고, 함께 문제를 풀고 있는 친구도 있으며, 이미 답을 찾은 선배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모든 시작은 골목길이다. 막다른 골목길. 그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수를 찾게 된다. 이곳이 궁지라는 것을 자각했을 때 비로소 궁리라는 것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