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듯 낯선 느낌
(형) 1. 속이 비고 넓기만 하여 허전하다. 2. 넓은 곳에 작은 물건이 있어서 잘 어울리지 않고 빈 것 같다.
비었는데 생생하다.
비울수록 생생하다
아는 듯 새로운 느낌.
너저분한 것들을 싹 치운 책상 위에
달랑 놓인 볼펜 한 자루,
텅 빈 식탁 위의 투명한 물병 한 잔.
비우고 나면 좁쌀 하나가 더 선명해진다.
마음에 빽빽하게 들어찬 게 많으면
서로 부딪힐 공간조차 없어서
내 속이 시끄러운지조차 모른다.
어디에 가로막혀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걸 고요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마음도 방구석이랑 다르지 않다.
비워내면 오히려 부딪히는 소리가 생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덜그럭거림이 들린다.
무엇이 내 안에서 요란하게 구르는지,
비워야만, 비울수록 또렷하게 알게 된다.
속이 비면 허전하기만 한 줄 알았지만,
버려서 진짜가 들어차면
오히려 꽉 찬다는 역설이 있다.
비워지는 쪽이 잃는 거라 착각하면
그때만 허하다.
나 역시 그걸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을 빽빽하게 채우면
조용해지는 줄 알았다.
지식이든, 관계든, 능력이든.
근데 아니더라.
이런 것들로 빽빽해질수록
오히려 더 허해졌다.
그 어떤 지식으로도 관계로도 해결되지 않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선명해졌다.
그런데 비울수록,
진짜가 들어오면
묘하게 풍요로워진다.
그래서 ‘횅댕그렁하다’는
꼭 허한 말만은 아닌 것 같다.
하나 덜그럭 굴러다니는 걸 보며 웃는 여유,
텅 빈자리에서 평화를 발견하는 기술.
비어 있다는 증명 같아서,
그 소리마저 이제는 경쾌하게 들린다.
횅댕그렁한 감정의 껍데기를,
속 빈 강정 부수듯 툭— 부숴 날리면 된다.
아직 빽빽하게 부여잡은 게 많아
마음속 가랑이만 찢어질 뿐이다.
좁쌀만한 집착 하나를 날려버리는게
마음속에선 만만치 않다.
횅댕그렁—
내 마음속 시끄러운가요? 고요한가요?
뻑뻑하게 끝없이 들어찬 것을 고요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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