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줍기. 뜨덤뜨덤

서툰 시간들을 인정하고 싶어질 때

뜨덤뜨덤

(부) 글이 서툴러 뜻을 간신히 뜯어보는 모양
예 : 편지를 뜨덤뜨덤 읽다
네이버 사전 (비교차)

It Feels Like...


서툰,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해내는

그래도, 괜찮은...


민첩한 어제의 나,

엉키는 지금의 나.

경계선 어딘가의



빠릿빠릿한 시간을 지나
뜨덤뜨덤한 시기로 왔다.

예전엔 말도 빠르고, 일처리도 민첩했다.
무엇보다 말엔 자신이 있었다.
제때 정리해 핵심을 꿰뚫는 게 나의 강점이라 여겼다.
그런데 요즘은, 말이 자꾸 흘린다.
핵심은 흐릿해지고, 말은 스스로를 쫓지 못하고 길을 잃는다.

수다를 떨다 문득, 속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이 두서없는 말들은 뭐지?”
“이런 쓰레기 같은 말은 왜 하고 있지?”

내가 이랬었나?
아니면 원래 이랬는데 몰랐던 걸까?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너무 달라 낯설다.

요즘의 나는, 말하기 전 멈칫한다.
걸음을 떼다 멈추고, 말을 하다 멈춘다.
입 밖에 내기 전에 천천히,
뜨덤뜨덤 고르고 또 고른다.
이 노력이 안 되고 거침없이 뱉어질 땐 돌아서며 후회한다.
‘아, 그땐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머릿속은 예전의 속도가 저장되어
여전히 “빨리빨리”를 외치는데,
몸도 마음도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 불협이 탈을 부른다.

사소한 일정 하나 잡는 데도
몇 번을 되짚어야 한다.
‘내가 뭐 하러 왔더라...?’
‘여기서 뭘 찾으려 했더라...?’
10초 사이 이런 혼란이 스치기도 한다.
...이게...나라고...?

정리가 안 된다.
말도, 생각도, 일정도, 나 자신도.

익숙하던 리듬은 어긋나고,
내가 잘하던 일들도
뜻을 뜯듯,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게 퇴보일까?
아니면 새로운 감각의 시작일까?
그 경계선 어딘가에 서 있다.

스스로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뒤범벅이던 순간,
이 단어를 주웠다.

‘뜨덤뜨덤’
처음엔 왠지 서글펐다.
이 단어를 줍는 내 모습이 왠지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니,
나를 다독이는 마음이 전해진다.
“그래도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조금 어눌해져도,
조금 망설여져도,
때로 혼란으로 주저앉아도
이건 지금의 내 속도다.
어쩌면 이전의 민첩함이
진짜 나가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의 이 느림이
내게 맞는 리듬이란 걸 받아들인다.
그렇게, 이전의 내 모습을 벗어나려 한다.

뜨덤뜨덤은 느림의 뜻이지만,
망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급하게 넘기던 장면들을
이젠 천천히 짚는다.
말보다 속마음을 먼저 뜯어본다.
내가 경솔해 놓친 것들,
내가 내게 너무 가혹했던 장면들을
냉철히 다시 살펴본다.

조금 더 노력해서,
조금 더 정성스럽게
나를 다시 뜯어보고 싶다.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 나날들에
시간을 충분히 내어주기로 한다.

뜨덤뜨덤 내 안을 뜯어볼 시간을.




Q for You


오늘, 당신의 속도는 어떤가요?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충돌할 때, 어떤 마음이 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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