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줍기. 뚝별씨

참을 수 없이, 바늘 끝 같이 튀는 순간에

뚝별씨

(명) 걸핏하면 불뚝불뚝 성을 내는 성질
네이버에서 검색한 단어 (비교차)

It Feels Like...


성급한, 조급한, 억울한,

결국엔 후회 섞인 미안한,

그러면서 찜찜한 뒤끝


성질은 먼저 튀어나오고,

마음은 늘 몇 걸음 늦게 도착한다.

왜 그러니, 정말.



'뚝별씨'

웃음이 터졌다.


1.

집으로 나오면서 까먹은 물건이 생각난다.

'아, 안경!'

다시 현관문을 향해 되돌아간다.

한번


'아, 카드키!'

두 번

찾는 물건은, 꼭!!!

이럴 때마다 안보여야지, 암.


겨우 다 챙겨 내려왔더니,

비가 온다... 쏟아진다...

'하, 씨...'

예보 안보는 날 비 온다.

사실, 맞고 가도 상관없지만,

일하러 가는 길이니, 상대가 비 맞은 모양새를 보고 놀랄 테니, 우산은 있어야겠다.


세 번째 정도 되돌아가는 순간, 폭주하는 마음

꼭! 하필!!!

늦는 날 이 지랄.


2.

사람이 별로 없어야 할 것 같은 시간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수를 누른다.

피로 지수가 극에 달한 날,

양쪽 손에 무거운 짐 한가득인 순간,

이때지 싶게 동시에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

배달 아저씨 두 분,

강아지 산책 후 돌아오는 부부,

술 취한 사람들까지.


층마다 밝아지는 버튼들,

겹치는 층수는 하나도 없다.

하필이면 다 내 아래층 사람들

1층에서 2층 버튼 누른 사람,

그냥 쳐다보질 말자...


더워 죽겠는, 불쾌지수 한도 초과의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터져 나올 듯한 쌍욕을 틀어막는다.


헬로 뚝별씨~!

어, 이거 나야.


설마 내 마음이,

국어사전 단어를 당기는 거야?

그런 거야?

걸려도 이런 단어가 걸리니?

이건 너무 적나라하게 정확한걸?


근데 단어는 왜 이리 미안할 정도로 쌈박하게 귀여운 거야.


발작버튼이 눌리는 순간,

누군가 옆에서

'어이~~ 워워~~ 뚝별씌~~'

하고 담담히, 다정히 불러주면 누그러들 것만 같다.


가끔, 이유도 없이 욱한다.

아니, 따지고 보면, '욱' 뒤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내가 못 견디는 건,

마음이 먼저 튀어나오고, 말은 그 감정 뒤를 허둥대며 따라간다는 것이다.

결국 불쑥 던진 말 한마디에

상대를, 나를, 끝갈 데 없을 만큼

기어이 할퀸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다.


화가 날 만큼 힘들었던 거겠지만,

* 상대가 받아줄거란 무의식적인 믿음이 있어 쏟아낸 거겠지만,

그걸 전부 감정으로 뿜어냈을 때

남는 건 후회뿐이다.

(* 버럭질도 상대가 비빌 언덕이나 돼야 가능하다. 아무에게나 화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각한 조절 장애가 아닌 한 그렇다.)


'제발 내 억울함 좀 알아줘'

감정 백날 실어봐라.

누가 알아주나.

도대체 몇 번을 반복해야 깨달을래?

손해는 고스란히 내 몫이란 걸.


쓰니까 또 욕 나오려 하네...


뚝별씨,

단어가 주는 느낌대로

좀 귀엽게 화를 표현(!)해 보자.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뒤엉킨 분노부터 토하고 한숨 뱉지 말자.

아, 이건 나를 향한 나름, 간절한 부탁이야


이 단어 하나로,

내가 미처 돌아보지 못한 나의 어떤 날이,

쑥스럽게 들켜버린 기분이다.


지킬 동반자인 하이드 씨랑 나름 쌍벽을 이룰 것만 같다.

뚝별씨가 더 정겹다.

그나저나, 순우리말은 분노조절 장애 캐릭터 이름을 퍽 예쁘게도 지어놨네.

분노마저 감싸안는 기분이야.


그래서,

이 단어를 만난 기념으로,

오늘부터 내 안의 뚝별씨를

수용하고 사랑해 볼까 해.

귀엽게 쓰담쓰담.


화가 치밀 때, 잠시 숨을 멈추고,

스스로 워워~~

이전보단 좀 더 너그럽게

널 불러볼까 해.


제발 가능하게 해 줘,

내 사랑 뚝별씨.



Q for You


당신 안의 뚝별씨는 언제 어떤 모양으로 튀어나오나요?

욱하고 난 뒤, 후회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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