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이야 이게...
(부) 일을 얼렁수로 꾸며대는 모양
어리숙 어수룩
엉이야 벙이야
슬렁슬렁 얼쑤
무슨 뜻인지 모르고 보는데도 그냥 웃음이 나오는 단어다.
라임과 리듬이 살아있는 단어는 신난다.
엉이야 벙이야 얼쑤~
추임새 같기도 한데, 얄밉게 빠져나가는 모양새를 이렇게 맛깔지게 만들어놨다.
이 무슨 단어의 낭비람...
사전 안엔, 여전히 쓰는 말보다 안 쓰는 말이 한가득,
죽어가며 묻혀있는 단어의 말맛이 너무 맛깔져, 단어 소생술이 있다면 회생시키고 싶다.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보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며 슬쩍 덮어버릴 때,
회의 중에 나에게 돌아올 질문을 미리 눈치채고
“잠깐 화장실 좀…” 하며 빠져나갈 때,
겉보기엔 어수룩하지만,
속으로는 교묘한 계산이 깔려 있다.
굳이 싸우지 않고, 굳이 정면 돌파하지 않고,
미묘하게 빠져나가는 능청스러운 기술.
때론 빡빡한 일상 속에서 나를 숨 쉬게 하는 여유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습관이 되면,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치는 수단이 되기도 할 것 같다.
빠져나갈만할 땐,
엉이야벙이야 찡끗 감아주고,
회피하려는 순간엔,
제대로 마주하여 선택할 수 있기를...
이 정도만이라도 스스로에게 속지 않고 명철하게 분간할 수만 있어도, 핑계 대는 인생에서 탈출할 수 있을 건데...
뜻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꾀부리며 잠시 도망치는 나를, 상대를, 우리를, 슬쩍 눈감아주고 싶을 때 꺼내 쓰고 싶다.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자구~
또 엉이야 벙이야~내빼기야?
돌아올 걸 아니까 이번만 봐준다.
이번만이라고!
엉이야 벙이야 심보가 발동할 때는 언제인가요?
잘빠져나갔다고 생각될 때와 회피했다고 느껴질 때가 구분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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