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말고 사이언스에 열을 올리기 때문.
데이터사이언티스트, Data Scientist.
한글로 해도 있어보이고 영어로 해도 멋있죠.
빅데이터가 대중적으로 회자되며 어느덧 선망의 대상이 된 이 직업은
사실 존재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아직은 말이죠.
수 많은 회사에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를 뽑는다는 공고를 내고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스스로를 데이터사이언티스트라고 자칭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일부 종사자들은 어디서 어떤 '정의'를 들었는지
누군가 데이터사이언티스트라고 하면 비난을 하거나 혀를 차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누군가 데이터사이언티스트라고 물으면 굳이 아니라는 대답을 하지는 않습니다 ㅋ
그럼 데이터사이언티스트는 무슨 일을 할까요?
제 짧은 경험으로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가 정답인 듯 합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요.
현직에 계신 다른 분들의 말을 빌리자면,
IT엔지니어와 기획/전략/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부서들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즉, 양쪽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죠.
기업의 전략 방향도 이해하면서 이를 코딩 등 개발 영역으로 제안할 수 있는 역할,
혹은 본인 스스로 코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수도 있겠지만
IT개발팀이 있는 회사에 다니신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실겁니다.
두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기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애초에 개발 생태계와 기업 운영 생태계는 너무 너무 너무 다릅니다.
그래서 이상적인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되려면
데이터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고, 코딩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며
각종 경영에 필요한 요소들, 마케팅, 브랜딩 영역까지 알아야 합니다.
빅데이터 분야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지 10년이 겨우 흐른 시점에서
이 양쪽을 모두 경험하고 지식을 쌓은 전문가들이 몇이나 될까요?
그래서 데이터사이언스 분야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이 분야로 회사에 취직을 하더라도 선배들이 많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니 스스로 공부를 하고 경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양쪽을 다 공부하려고 보니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소위 사이언스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은 많은데, 데이터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적다는거죠.
네이버, 구글에 '빅데이터'라고 검색해 보시면 대부분 아카데미 광고가 나옵니다.
다들 이런 이런 코딩 방법들을 배우면 미래에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하죠.
물론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렸듯 아직은 시장이 걸음마 단계라
코딩 분야에서 뛰어나다면 충분히 이런 칭호(?)를 들을 수 있을 것도 같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이왕 미래 유망 직종인 빅데이터를 공부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취업을 넘어서 이상적인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되고 싶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취업을 하더라도 그 용어에 걸맞는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요.
통계 말고, 데이터요.
수학 말고, 데이터요.
데이터 분류 말고, 데이터 분석이요.
통계와 코딩은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일 뿐 인사이트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데이터는 각종 기법을 활용해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설과 설계, 그리고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게 수반되지 않으면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했던 방법론들은,
죄송한 얘기지만 현업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분석가가 파이썬으로 돌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라는 얘기 밖에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걸 받아서 기업의 전략을 세워야 하는 사람들은 갸우뚱합니다.
빅데이터 분석이 유행하기 전에도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분석가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아마도 "So What?"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결과가 나왔으면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분석가들은 황당하죠. 아니, 이렇다고.. 왜 이해를 못하지?
개발팀이랑 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데이터를 서버에 담읍시다. 이런 게 필요해요! 라고 주장하면
그게 왜 필요한지부터 물어봅니다.
분석가들은 또 의아해하죠. 아니 그걸 왜 물어보지? ㅋㅋ
아마 보시기만 해도 답답한 상황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해내야하는 게 '데이터사이언티스트'의 지향점입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사이언스를 넘어 '데이터'를 이해하는 "관점"이 숙련되어야 합니다.
그럼, 이 '관점'은 어떻게 숙련해야 할까요?
사실 안타깝게도 정답은 없습니다. 학원도 없어요.
회사 들어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길게 내다보고 차근 차근 데이터 공부를 해야합니다.
데이터 공부는 무엇일까? 저는 소비자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과정이라는 표현을 썼냐면, 소비자들은 늘 바뀌거든요.
어제의 소비자와 오늘의 소비자는 늘 다릅니다. 그리고, 그래서 그게 가장 힘듭니다.
늘 소비자에 대한, 시장 변화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는, 마케팅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이라는 영역의 정의나 실체도 시시각각 변하고는 있지만 꽤 전통있는 학문이거든요.
마케팅 대가들이 집필한 책들에는 수 십년 간 정립해 놓은 각종 방법론들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다양한 사례들로 해설해 놓았죠. 시장이 변하듯 이러한 이론들 중에서도
몇 몇개는 사장되기도 하지만, 생각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꽤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를 이해하는데에도 여러가지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요.
우리는 흔히 소비자 인식이라고만 단정하지만,
인지, 인식, 태도, 행동 등 단계별로 소비자를 이해하는 수 많은 연구들이 있죠.
그러한 이론들을 하나씩 섭렵하고, 또 적용한 과거 사례들을 보고
또 현재의 시장 상황과 비교해 보면 데이터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습니다.
또 광고 한 편을 스치듯 보더라도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이론과 고민들이 느껴질 때
감탄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사이언스만을 쫓는 분들이 데이터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야
이 산업이 조금 더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를 공부하시는 분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