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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n Sep 12. 2021

사람들은 여론조사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모두 어느 정도는 거짓말을 한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럴수도" 있다.

다만, 거짓말을 하게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역선택"이라는 말로 시끄럽다.


역선택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이렇다.


대선 후보 지지율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에 상관없이

여당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를 물어볼 때

여당 지지자들이 상대 진영에서 가장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를 일부러 거짓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어렵나..?


그냥 간단히 말하면, 여당 지지자들이 일부러 야당의 제일 약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해

여론조사를 왜곡, 혹은 선거를 교란시킨다는 주장이다.




이를두고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완곡하게 부정한다.


언론에서 이를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이렇다.


당연하겠지만, 여론조사는 '통계'에 기반한다.


- 누구에게 여론조사를 할 것인가 (랜덤샘플링)

- 얼마나 조사를 할 것인가 (조사규모 산정)

- 질문 항목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랜덤)

- 응답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오차범위)


등 조사 대상 선정부터 질문지 구성, 결과 해석이 모두 통계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다.


- 전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할 수 없으니 성연령별 인구통계에 비례해 무작위로 대상자를 선정하고

-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의 규모(500명, 1000명)을 목표로 하여

- 먼저 질문한 후보에 점수가 몰리지 않도록 응답자마다 질문 구성을 달리하며

- 2% 내외의 응답 결과의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이쯤되면 대략 맞을거라고 생각하자..



여기서 통계적 합의는, 수십 년간 전세계적으로 조사 방법이 연구되면서

서로 이 정도의 과정과 방법을 거치면 "유의미한 것으로 합의하자"는 결정이다.


그러니까 결과를 두고, "이게 진짜 맞아?"라는 딴지를 걸지 말자는 것이다.



즉,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을 달리 풀어보면

수십 년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라는 말이다.





물론 나는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정치권에서 활용되는 여론조사는,

미국에서는 루즈벨트 대통령부터 시작되어 8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한국만 하더라도 대략 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론조사의 결과가 (출구조사를 제외하고) 틀려서 문제가 된 적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내 기억에 거의 없었다.




그런데 역선택이 가능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실 시장이 조금 달라지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는 있다.


1. 우리나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에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는게 "20대의 표심"이라는데

이는 20대의 취업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대의 정치 참여율이 다른 나라 대비로도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옆 나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와 견주어도 우리나라의 2030세대 투표율은

70%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들은 스스로 정권을 교체한 주역들이다.

그만큼 정치 이슈에 대해서도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층이라는 얘기다.

각종 미디어 정보를 통해 주어지는 내용에 수동적이지 않으며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도 그다지 높지 않다.

이들은 언제든 다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기존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그다지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



2.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지금은 온라인 시대다. 200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는 꾸준히 인터넷 강국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더욱 더 온라인을 통한 미디어 소비가 많아지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온라인 정보 전달 외에도 팟캐스트로 촉발된 다수의 뉴 미디어 전달자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거기에 일부 커뮤니티등에서 하는 얘기는 9시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졌다.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채널이 예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아졌다는 것이며

정치권에서도 이를 잘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간혹, 여론조사와 여론(?)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치적 의사를 어필할 수 있는 채널이 여론조사 하나였을 때와

다양한 뉴 미디어로 분화되었을 때, 여론조사를 대하는 태도, 그 무게가 일관될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 볼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선택"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 나도 '아직까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내가 보기에 '역선택' 논란에서 중점적으로 궁금해 해야 할 것은


"과연 사람들이 모두 특별한 계기 없이 집단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다.


우리 후보를 좀 더 쉽게 당선시키기 위해서 상대편의 가장 손 쉬운 상대를 고른다..

갑자기.. 모든 사람이..? 


나는 사실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이런 가능성이 성립하려면 우선 해당 후보가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데 모두 다

동의를 해야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정말 여론 조사에서 역선택으로 유권자들이 장난을 쳤다면,

나는 1위 후보에 대한 표가 적어도 한 후보가 아닌, 2~3명의 후보에게

양분되었어야 조금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몇 몇 후보도 아니고 특정 후보에게 반응이 쏠렸다는 것,

그리고 그 여론이 해당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이를 '역선택'이라고 정의하기... 글쎄.. 좀 어렵지 않나?


물론, 지금의 지지율이 실제 정당의 대표로 선출된 이후에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의견도 팽배한 것 같다. 그런데 그건 사실 대다수의 후보들에게 적용되는 것 아닌가?

브랜드든 사람이든 호감도 조사에서 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이미지'인 것을.





역선택이야.. 그렇다치고.


다시 돌아가서, "사람들은 여론조사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내 의견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럴수도 있다"이다.



2016년 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힐러리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말이다.


여기서 '모두의 예상'이라는 게 여론조사였다.


당시에 유행했던 말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Shy Trump"였다.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당당하게 지지한다고 밝히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실제 투표에서는 몰래(?) 한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그리고 당시에 우리는 사실 알고 있었다, 라고 주장한 게 구글이었고,

근거로 든 것이 SNS 데이터였다.


이렇게 보면 또 여론조사에서 거짓말을 하고 SNS에서는 진실을 말한다..

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데이터는 각자의 역할이 있으므로.




그저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여론조사든 빅데이터든 그 자체만으로 맹신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되지만

무조건 폄하하는 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질문에 거짓말로 대답할수도 있지만

질문하지 않은 자발적인 의사 표현에 있어서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SNS에서 왜 사람들이 그토록 과시를 하고 아는척을 하고

마치 셀럽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겠는가.


우리는 원래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존재다.




그런데 서두에도 얘기했지만, 거짓말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Shy Trump는 "민망함"이 작용한 거짓말이다.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 같은 심리가 작용한다.


그런데 지금의 역선택 논란에서 거짓말의 이유로 평가받고 있는 심리는 무엇일까?


상대 후보를, 상대 진영을 절대 당선시키지 않겠다는 "이기심"과 "공격성",

그리고 내 진영이 무조건 옳다는 "정치적 편향성"이다.


미국 대선을 통해 "민망함"과 "부끄러움"은'

어떤 상호 협의 없이 집단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는 것은 증명되었지만,


"이기심", "공격성", "정치적 편향성" 등도

집단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아직도 회의적이다.

만약에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런 가설이 결국 맞았다고 판단이 되면

정말 깊이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_D2EkGRFD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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