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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n May 02. 2020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가설 설계, 두 번째

가설을 잘 세우기 위한 방법

연휴에 늘어져만 있다 보니, 문득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 책상에 앉았다.

그래서 오늘은 미뤄두었던, '가설'에 대한 두 번째 얘기를 끄적여 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이야기는 아래 링크로.

https://brunch.co.kr/@maven/23


첫 번째 게시물에서의 강조 포인트는,

"가설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는 것이었다.




가설을 '잘 세운다'는 의미는 뭘까?


1. 의미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가설, 결론에 좀 더 빠르게 이를 수 있는 가설을 세우는 것

2. 남들보다 빠르게, 그러니까 짧은 시간 안에 가설을 세우는 것


굳이 저 두 가지로 구분해 본다면, 1, 2 중 어떤 게 중요할까.


나는 2번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1번과 2번이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가설이라고 해도 오래 걸린다면, (우리는 학자가 아니므로)

회사에서 그렇게 오래걸릴거면 그만두고 집에서 하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러니까 2번에 가깝다.

그래야 얼른 끝내고 집에 갈 수 있다. ㅋㅋ


가설을 빠르게 세우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경험'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기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일도 더러 있더라..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우리 제품이 올해 초부터 잘 안팔려요" 하고 문제를 던진다면

왜 그럴까? 가설을 세워야 한다. 

- 경쟁자가 늘었나? : 경쟁사 동향을 점검한다.

- 소비자가 변했나? : 소비여력이 나빠졌나?

- '오래'부터라면 무슨 일이 있었나? : 코로나? 


흔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설'은 저렇게 두 세 가지 정도일 듯하다.

경쟁환경분석, 소비자동향분석, 시점 분석? 정도.


그런데

'우리가 마주하는 현상은 한 두 가지 원인으로 규명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점검해야 할 요소들을 최대한 많이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시장 환경, 시장 구조 / 경쟁 환경, 경쟁자 구조, 경쟁의 범위 /

자사 위상, 브랜드 형성 구조, Marketing Performance, Key Message 전달력,

판매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 /

소비자 인식 구조, Needs & Unmet Needs, 브랜드별 이미지,

소비 행태, Key Buying Facor,  잠재 소비 집단 /


... 등등 많은 부분을 빠르게 짚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지금의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본질적 요소,

Bottleneck(병목) 구간이나 지점을 찾아야 한다.


막연하게 궁금해하지 않고, 시장 구조 전반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며

구체적으로 빈 곳을 찾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추락해서 미지의 세계에 떨어졌다.

혼자 살아 남아서 무기가 든 가방 하나만 짊어지고 길을 가는데 '맘모스'를 마주쳤다.

맘모스를 마주쳤는데 우리는 그게 맘모스인지도 모른다고 치자.

(실제로 나는 맘모스를 마주쳐도 그게 맘모스인지 모를 것 같다)


어쨋든,


그 맘모스가 나를 무챠별하게 공격할 것이라는 것은 그 맘모스도 알고 나도 안다.

그리고 나는 맘모스가 뭔지는 모르지만, '코끼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안전한 곳으로 잽싸게 피해서 무기가 든 가방을 열었다.


그 가방안에는 권총 한 자루와 부엌에서 사용하는 식칼 하나가 있고,

나머지는 노끈, 병따개, 통조림, .. 등등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런 상황일 때 누가 우리에게 "맘모스에 어떻게 대적하지?" 라고 물으면

권총이나 식칼을 떠올릴 것이다.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가설이다.


설사 맘모스를 권총으로 제압하고 길을 떠나다가 공룡을 만났다면

또 권총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당장은 마주한 여러 동물들을 제압할 수도 있겠지만

권총에 든 총알이 다 떨어지면 ....


여기서 맥가이버가 등장하면 여러가지 (무기로 보이지 않는) 물건들을 조합해서

꽤 여러 번, 총알을 소진하지 않고도 동물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용할 무기들이 그에게는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권총과 식칼만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잘 조합하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할아버지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쓸데없이 예를 들었나 ㅋ


어쨋든.


가설을 잘 세우려면, 그러니까 남들보다 빨리 가설을 세우려면

내가 분석해야 하는 문제의 본질을 여러 관점에서 접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고, 이러한 여러가지 궁금증이 있다면

분석 하는 시간이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


봐야할 것들이 많을수록 시간이 더 걸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봐야할 것들이 많을수록 실수가 적어져서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


즉, 봐야할 것들이 적다면, 궁금한 게 적다면

분석을 함에 있어서 그만큼 막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가설의 '틀'을 넓힐까?


내 경험 상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마케팅 이론 공부를 하는 거다. 

마케팅, 브랜딩은 꽤 오래전부터 많은 연구가 이뤄졌던 분야지만,

의외로 공부해야 할 이론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흔히 얘기하는 '타겟팅'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관련된 분석 이론들만 알아도

꽤 여러 번 써먹을 수 있다.

또 이런 이론들은 시간이 지나도 확 달라지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한 번 공부해 두면 얼마든지 최근 사례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발 어디가서 '우리 타겟은 20대 여성입니다.' 이런 얘기만 하지 말자..



가설을 막연하게 세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우리 화장품은 20대 주력인데 최근 매출이 떨어졌어요"라는 얘기를 할 때

그럼 20대가 줄었나? 라고 생각하는 것은 1차원적이다.


실제 20대가 줄었기 때문에 매출이 떨어졌다고 결론낸들, 누가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20대가 덜 사는 것 또한 여전히 또 다른 '현상'에 불과하다.

20대가 덜 사는 이유가 새로나온 경쟁 제품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원인의 본질은 아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에 자사 제품을 덜 샀다고 하면,

그것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 게 아니라 불과 몇 달만에 빠르게 변화되었다면,


- 우리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Relevance가 약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 우리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Relevance가 약화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 화장품 시장 자체가 Brand Switching이 빈번한 시장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 최근 경제 불황, 사회적 재난 상황으로 인해 '화장품'이라는 카테고리의 Brand Switching이 

 한시적으로 빈번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쉽게 얘기해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ㅋㅋ)


어쨋든 각각의 원인에 따른 전략적 선택은 무척이나 상이하다.


그래서 '20대의 선택률이 하락했네요' 같은 결과를, 데이터 분석 결과라고 전달해주면

그 회사의 임직원들은 다시는 우리를 부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여러가지 아이디어 같은 류의 예시를 열거해 설명했지만,

이런 요소들은 전부 마케팅, 브랜딩 이론들에 기반한 접근, 즉 가설이다.


오프라인 소비 패턴, 온라인 소비 패턴, 브랜드를 대하는 소비자의 태도나 효익(Benefit),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아우르는 브랜드 가치 구조, 아이덴티티 체계,.. 등등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가

'가설'이라는 말 자체가 어렵고, '가설'을 세우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고,

'가설'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까여본 기억이 적지 않다면,

그래서 그런 회의가 부담스럽고 두렵고 스트레스를 준다면,


내가 지금 얘기한 마케팅 이론 공부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다.



다음 편에서는,


'가설'을 세우는데, 즉 마케팅 이론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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