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개방
2025년 8월, 오픈AI는 전격적으로 두 가지 대규모 언어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GPT-oss-120B와 GPT-oss-20B. 이 모델들은 각각 고성능 버전과 경량화 버전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내려받고 사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상업적 목적의 수정·재배포도 허용된다. 이는 단순한 코드 릴리스가 아니다. 오픈AI가 6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열린 AI”의 깃발을 든 사건이며, 그 여운은 인공지능의 기술 패권, 윤리 논쟁, 인간의 창의성, 사회의 구조에까지 광범위하게 파장을 일으킨다.
https://www.etnews.com/20250806000007?mc=ns_003_00004
이번에 공개된 두 모델은 OpenAI 내부의 상용 모델들과 성능이 유사하거나 일부는 그보다 더 뛰어난 부분도 있다. 특히 GPT-oss-120B는 o4-mini와 동급, 20B는 o3-mini 수준의 추론 능력을 갖췄다. 더 중요한 것은 20B 모델이 일반적인 16GB 메모리 환경에서도 구동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누구나 AI를 실행할 수 있는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라이선스는 Apache 2.0.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관대한 오픈소스 라이선스 중 하나로, 상업적 제품에 통합하는 것도, 코드 전체를 수정해서 배포하는 것도 모두 가능하다. 요컨대, 오픈AI는 AI의 '소유'를 내려놓고, 다시 '공유'의 플랫폼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번 공개는 기술적 성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여러 겹의 전략과 시대적 신호가 얽혀 있다.
오픈AI는 2015년 설립 당시부터 **"AI는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미션을 표방했다. 하지만 GPT-3 이후 API 기반의 폐쇄형 운영을 고수하며, 오히려 AI 독점을 가속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공개는 이러한 철학적 원칙에 다시금 복귀하려는 상징적 행위로 읽힌다.
Meta의 LLaMA, Mistral, DeepSeek 등 경쟁사들은 이미 고성능 오픈모델들을 연이어 공개하며 “AI는 열려야 한다”는 태도를 시장에서 구현하고 있다. 오픈AI는 이러한 흐름에 뒤처질 수 없었고, 자체 경쟁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폐쇄형 모델만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특히 GPT-oss-20B는 중소기업이나 독립 개발자도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성능과 크기를 갖추고 있어, AI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는 오픈AI의 영향력을 클라우드 너머, 개별 단말기까지 확장시키는 전략적 포석이다.
AI 안전성 이슈가 각국 규제 논의의 중심에 오르며, 모델 공개는 위험 요소로 지목되기도 한다. 오픈AI는 이를 고려해 외부 전문가와 공동으로 악용 가능성 시뮬레이션, 생물무기 및 사이버 위협 대응 평가를 선제적으로 수행했다. 공개와 동시에 ‘책임 있는 개방’이라는 이미지 제고를 시도한 것이다.
이번 모델 공개는 하나의 사건이자 하나의 선언이다.
그 안에는 AI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적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전기나 인터넷처럼, AI도 더 이상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 기술 기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픈모델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다. 개발자들은 더 이상 API 요금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로컬 환경에서 AI를 실행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 AI의 **‘민주화’**가 실질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AI 공개는 곧 위험의 분산이기도 하다. 사기, 해킹, 거짓 정보의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오픈AI는 이에 대비해 윤리적 통제와 안전 가이드라인을 사전 배치했지만, 그 효과와 한계는 향후 사례를 통해 검증될 것이다. 기술은 더 이상 ‘될까?’가 아니라 **‘어떻게 통제하고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로 진입했다.
AI가 코드를 쓰고, 글을 만들고, 논리를 구성하는 시대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입력자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를 설계하는 자’**로 이동한다. 기술의 주도권은 기술자에서 ‘기획자+철학자+디자이너’에게로 재편되는 중이다.
중국, 유럽, 한국 등은 AI 기술 독립을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 오픈소스 모델의 등장은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른바 AI 주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AI가 창의성과 추론 능력을 갖추는 지금, 우리는 “무엇이 인간적인가”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 다시 선다. 감정, 공감, 맥락, 목적… 기술은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점점 자신의 본질을 되물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오픈AI의 이번 모델 공개는 단순한 개발 소식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선언이다.
“AI는 다시,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누가 더 강한 모델을 가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델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향해 존재하느냐다.
기술은 더 이상 엔지니어만의 언어가 아니다.
기술은 이제 인문학의 언어이자, 인간의 자화상이다.
AI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AI와 함께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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