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래도 곧 쓸거야!
책을 쓰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좌충우돌이다.
그래도 목표가 있고, 그에 따른 목적이 있다면 무조건 하면 된다.
그래서 그간 썼던 원고를 하나 둘 업로드 해 보려 한다.
브런치가 원래 그런 사이트 아니던가.
혹자는 이러니 거절 당했다는 얘기를 할테고 혹자는 나름 괜찮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 어느 반응도 좋을 거 같다. 나는 출판사가 아니라 결국 독자에게 배울테니.
먼저 이 책을 집필한 ‘우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광고회사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평범한 회사원들이다. 지금은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 있지만 컨설팅, 리서치, 광고 등의 각기 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고, 빅데이터를 다룬 경력에 한정해 보더라도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되어서 데이터를 보는 관점이나 해석에는 늘 서로 차이가 있다.
이렇게 다른 우리가 모여서 하고 있는 업무 중 대부분은 특정 기업에 대한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지만, 이와 별개로 벌써 2년째 무료보고서를 배포하는 ‘데이터랩(Datalab)’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 사이트에는 거의 매월, 혹은 몇 주 간격으로 (뼈를 깎아가며 작성한) 다양한 주제의 분석 내용들이 업로드 되고 있는데 흔히 그렇듯 우리를, 그리고 회사를 홍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 우리가 이런 급변의 시대에 감히 ‘코로나19가 대한민국에 미치는 영향’, 혹은 ‘미쳤던 영향’, ‘미치게 될 영향’이라는 거시적인 주제를 담은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은 정말 누가 봐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부득부득 책을 내야할 것 같다고 회사를 닦달한 이유는, 부득이하게 상반기 내내 ‘코로나19’라는 주제에 깊게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우연치 않게 시작은 되었으나, 결과적으로 분석된 내용들이 쌓이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본 내용들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고,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퇴근 후의 시간을 쪼개 그동안 쌓였던 보고서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조금은 서투르게 정리된 내용을 하나 둘 풀어보려 한다.
처음 코로나 이슈를 다루기 시작한 건 2020년 2월 초였다. 국내에는 1월 20일에 첫 확진자가 나왔으니 그로부터 불과 10여 일쯤 후이다. 당시에는 잠깐 지나가는 이슈인 줄로 생각했기에, 장황하게 보고서를 쓰기보다 몇 가지 단편적인 데이터들을 묶어 칼럼 형태로 업로드하자는 의견이 누군가에게서 나왔고 혹시 뼈를 깎지 않고도 몇 주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냉큼 동의를 해버린 것이,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 칼럼이 업로드 된 시기가 2월 28일이었는데, 국내에서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온 시기가 2월 20일이었다. 그리고 이후로 국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신천지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미 일상이 바뀌고 있었다. 적지 않은 회사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마스크를 쓰면 이상하게 쳐다보던 세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을 기피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물론 우리가 쓴 첫 번째 칼럼의 주제도 ‘마스크’였다. 그렇게 첫 번째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우리 회사도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집에서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는 ‘표시’를 내야했기에 그로부터 거의1주일마다 코로나 관련 칼럼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네 번째 칼럼을 업로드한 시기는 3월 19일이었는데, 3월 11일에 WHO에서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고 난 후였다. 국내, 혹은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는 선언이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의 면면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으며 몇 주간 각자의 집에서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그 어느때보다 빈번하게 실시간으로 변하는 분석 결과를 주고받고 있었다. 당시 칼럼으로 업로드 된 자료나 그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사이트에 업로드도 되지 못할 만큼 넘쳐나기 시작했고 과연 우리가 계속 이런 칼럼을 업로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의도 치열했다. 가장 큰 이유는 광고회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사회 이슈만 다루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자문(自問)이었고, 우리가 가진 한정된 데이터만으로 지금의 이 상황을 온전히 조명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두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이미 매출에서 변화가 드러나기 시작한 기업들의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하는 것이 기폭제가 되었고, 그렇게 타의 반으로 본격적인 보고서 형태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형성되었으며, 그렇게 추진된 것이 산업별 분석 보고서 시리즈였다.
총 4개로 기획된 분석 보고서는 장장 5개월 이상이 걸렸고, 칼럼 형태로 분석된 내용까지 합하면 족히 반년을 코로나에 매달린 것이며, 업로드 개수로는 무려 8개가 된다.
첫 보고서는 여행, 두 번째 보고서는 온라인쇼핑, 세 번째 보고서는 대출, 네 번째 보고서는 비대면을 주제로 삼아 다량의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그 사이사이에도 기업들이 요청한 코로나19 관련 시장 분석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우리 모두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적지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한 가지 주제를 6개월 넘게 진행하는 것은 충분히 낯선 경험이었다.
…………….
방향을 좀 바꿔서 갑자기 다소 엉뚱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책을 내려고 마음먹었을 때 친한 지인에게 “이런 책이 오래 가겠어요?”라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았다. 또 “요즘 같은 시대에 종이책으로 출판되는 거면 책장에 꽂아 두고 한 번씩 꺼내어 볼 수 있는 책이어야 하지 않아요?”라며, 내가 보여준 당혹감에 어깨가 으쓱했는지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이후 차근히 생각해보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이 책은 애초에 오랜 시간을 두고 틈틈이 읽어볼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책장에 꽂아두고 틈틈이 꺼내 읽는 책이 3~4권은 되지만, 그 책은 모두 마케팅이론과 분석 방법론들이 담긴 전문 서적이다. 적어도 내가 직장 생활을 그만두기 전에는 쉽게 바뀌지 않을 그런 책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이제 겨우 시작된, 「시대적 변화」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Insight로 발견된 내용들은 이미 오랜 과거가 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쓰고 있는 책은 전망이라기 보다 ‘기록’에 가깝다.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에게 지금의 변화를 설명할 비교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변화는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달과 다음달의 여론 반응이 다르고 그로 인해 조금씩 형성되는 인식과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달과 저번달이 어떻게 다른지, 얼만큼의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다면 저번달의 결과를 소위 ‘기록’해야 한다.
분석 관점에서 보자면 아직, 우리가 ‘경향성’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어디에도 없다.때문에 독자분들께는 이 책이 현재의 변화 속도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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