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불가능한 맛집일까?
'아~ 이건 조금 아쉽다. 저번에 먹었던 곳이 더 맛있었던 것 같은데?'
음식이라고는 1도 모르지만, 요새 입만 비싸져서 음식 평가에 인색하고 까탈스러운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시켜먹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SNS 및 인터넷 속 맛집 리뷰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 있다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음식점들은 인플루언서 및 좋은 리뷰에 집착하게 되고, 맛집만 대기줄이 늘어나고 리뷰가 없는 집은 사람이 텅텅 비는 손님양극화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밥 한 끼에도 이렇게 내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맛집을 찾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자 하는데, 하물며 채용시장에서는 어떨까. 나는 과연 특정분야의 맛집일까 아니면 그저 그런 음식점 중 하나 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조금은 무서운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고, 혹평을 했던 식당에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요즘 취업난이 심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특정 업계에서는 구인난이라고들 한다. 특히, 연차가 높을수록, 업계와 요구 경험이 한정될수록 인재풀도 적어지고, 인재가 돌고 도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경력이 많은 인재가 필요할수록 그저그런 사람을 뽑기에는 기회비용과 리스크가 큰 것이다.
기회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유일한 맛집 vs 거리에 수많은 그저 그런, 맛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시간내서 찾아갈 정도는 아닌 음식점. 둘 중에 나는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그래~, 이만하면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내고 괜찮은 인재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강점이 있을지, 과연 내 주변사람들은 인재 추천의 기회가 있을 때 나를 떠올릴지를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진다.
최근 읽은 '일을 잘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 저)이라는 책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고객(동료)에게 신뢰를 받는 사람이자, 나아가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 라고 생각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요즘 나는 이렇게 나만의 '엣지'를 가지는 것에 관심이 많다. 밍숭맹숭하지 않고, 나만의 뾰족한 매력이 있는.
나는 회사에서 이렇게 자신의 개성이 뚜렷하고, 의견을 똑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늘 부러웠다.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인 탓에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른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혹시 틀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의견을 잘 내지 않는 편이었고, 누군가가 스타트를 끊으면 그 위에 살포시 동의하거나 의견을 얹는 라이더였다.
요즘엔 기회가 있으면 내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이게 뭐라고 쉽지 않다. 가족들 앞에서는 그렇게 한 주장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수다를 잘 떨면서 말이다. 하지만, 높아지는 연차에 더이상 눈에 띄지 않는 직원 한 명이 되고 싶진 않아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 의견을 얘기하는 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결국, 일을 큰 그림에서 볼줄 알고, 실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사람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주어진 직무에만 온 신경을 썼었는데, 다행히도 능력 좋은 팀원들과 업무하는 덕분에 몰래 많이 배우고 따라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요즘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중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업무에 좀 더 관심이 있는지, 강점은 무엇인지를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 같다. 아직까진 아마추어이지만, 조금씩 나만의 엣지, 나만의 스토리도 다듬고 있는 중이다. 결국 내가 가고자 하는 북극성, 걷고 싶은 커리어 방향점과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젠 주니어라고 하기엔 연차가 있는 중니어인데, 왜 주니어 때보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더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