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구독, 2년에 36만원
한때 인터넷에 크게 화제가 됐던 바다거북이 영상이 있었다. 거북이 코에 10cm가 넘는 플라스틱 빨대가 껴서 그걸 빼내는 영상이었다. 거북이는 엄청 고통스러워했다. 호기심에 본 그 영상은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명하게 내 뇌리에 남아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이 문장이 생생한 영상으로 담겨있었다. 내가 잠깐 편하자고 썼던 그 플라스틱이 어느 생명체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 바다거북이 영상 이후로 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즈음 또 내 마음을 자극하는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의 2018년도 6월호 표지 사진이었다. 언뜻 보면 빙하사진이지만 자세히 보면 물에 떠 있는 비닐봉지 사진이다. 투명 비닐봉지를 뒤집어 빙하처럼 보이게 해서 수면 위로는 비닐봉지의 끝 부분만 보이고 비닐봉지의 나머지 부분은 수면 아래에 배치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의 오염상태를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 사진이었다. 우리가 보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그렇게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쌓여가던 중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구독하게 된 결정타는 마침 2018년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이었다. 둘러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부스를 마주하게 됐는데 딱 그 표지가 있었다. 홀리듯 이끌려 구경하고 있었는데 직원분이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구독하시면 원하는 과월호를 몇 권 가져갈 수 있으며 6개월간은 영어판도 같이 보내주고 지금 2년 구독하면 얼마 할인에... 등등... 정확히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내 마음속에서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사실 6월호만 팔았으면 그것만 샀을 것 같다. 이것만 살 수 없냐고 물어보니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어판은 낱권별로 팔지 않는다고 했다. 구독으로만 볼 수 있는 잡지였다. 갑자기 그 잡지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영어판은 서점에서 낱권으로 파는데 한국어판은 구독으로만 볼 수 있다라... 생각하던 찰나에 6개월 무이자 할부도 된다는 말에 “네 그럼 저 2년만 일단 해 볼게요.”라고 대답해버렸다. 7만 2천 원씩 5개월이었다.(5개월이라는 애매한 기간은 다른 할부와 끝나는 기간을 맞추려고 그랬다.) 기사도 기사지만 좋은 사진이 많기 때문에 매달 사진집을 산다고 생각하니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환경에 대한 정보도 얻고, 좋은 사진도 보고. 일석이조였다. 내 취미(사진)를 위한 투자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매달 오는 잡지는 나에게 여러모로 유익했다. 나는 이때껏 세계평화나 정치, 교육 등 대의적인 일이나 다음 세대를 위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삶 돌보기에도 벅찼고 고작 나 하나 신경 쓴다고 뭐가 달라질까?하는 회의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를 몇 달 읽다 보니 나랑 관련된 이야기였다. 나도 별일 없으면 5~60년 후에도 살아있을 다음 세대였다. 예를 들어 ‘도시의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그 도시는 나의 후손만이 아니라 나도 살 곳인 것이다.
이 잡지를 읽으며 내 인생 말고도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이슈에 관심을 두는 삶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달까. 그렇게 인류세를 살아가는 지구인으로서, 그동안의 무관심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한 달에 만오천 원 씩 지불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