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과 하강
낚싯배들은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다. 해가 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꼭두새벽부터 전국에서 모인 낚시꾼들로 항구는 북적인다. 파도 소리와 승선인원을 확인하는 선장의 목소리,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낚시꾼들의 잡담이 어둠 속에서 조잘댄다. 낚시꾼들은 어제 저 배의 조황이 어땠다는 등, 저기 저 배에서 몇 짜가 나왔다는 등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 타는 배가 만선이기를 기대한다.
출항을 준비하는 새벽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하다. 삼천포의 밤하늘은 대도시의 그것과는 달리 어둠이 뚜렷하게 어두워서 별들도 잘 드러내지 않는 자태를 드러낸다. 낚시꾼들의 자리가 정해지고 포인트로 향하는 배들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모든 배가 별이 저물지 않은 곳으로 뱃머리를 향하고 있다.
프로펠러 뒤로 포말이 부서지고 또 그 자리에 새로운 포말이 생겨나기를 반복하는데,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육지는 멀어지고 수평선 너머로 세상이 밝아옴을 확인할 수 있다. 뱃머리가 향하는 하늘은 채 하루가 끝나지 않았는데, 배의 뒤편으로 또 다른 새로움이 떠오른다. 그때, 세상은 상승하는 것과 하강하는 것의 경계에 서 있다.
하늘은 머무려는 것들과 새로워지려는 것들이 상충하는데, 그 밑에서 조사(釣士)들은 각자의 낚시를 준비한다. 각자 준비한 낚싯줄 끝에 봉돌을 매달고 매듭을 짓는다. 이미 출항한 이상 파도의 고저 따위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고 있을 시간에 그들의 분주함은 자연스러웠다.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이 당연하듯이, 새벽 바다에 떠 있는 낚시꾼들의 모습도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