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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Dec 14. 2022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것들

계절에 관한 단상



  하루 만에 겨울이 되었다. 올해는 유난히도 안 춥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털갈이를 하는 동물처럼 사람들의 복장도 달라졌다. 다들 두꺼운 무채색 패딩을 입고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기차에서 사람들은 외투를 이불처럼 덮고 있고, 버스 정류장에는 모자를 뒤집어쓴다.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후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쥔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리 추워도 휴대폰만큼은 포기 못하는가 보다.


  겨울 지하철 역사에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진다. 종소리는 역 내부의 울림과 함께 온 공간을 누비는데, 따뜻하기만 한 역이 겨울이 왔는지 모를까봐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고 귀띔해주는 듯하다. 황급히 지하철을 타거나 내리는 사람들의 귀에는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다.


  여름이 더 싫다느니 겨울이 더 싫다느니 하는 논쟁은 막상 그 계절이 되면 의미가 없어진다. 여름에는 추위를 잊고 겨울에는 더위를 잊지만 속한 계절의 성질은 여전해서, 여름에는 더위가 고통스럽고 겨울에는 추위가 고통스럽다. 어제 내린 눈과 목덜미를 스치는 칼바람을 맞으니 이번 겨울도 차라리 여름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봄을 그리워할 전망이다.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정취가 있다. 여름에는 더위가 가라앉은 밤공기가 차분하다면 겨울에는 한쪽 구석에 비치는 햇빛이 포근하다. 겨울의 추위는 온기의 소중함을 상기시켜서, 오늘은 왠지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붕어빵과 어묵도 하나 먹고 싶게 한다. 계절은 사람을 진 빠지게 하거나 얼어붙게 하지만, 계절을 이겨내게 하는 것들이 또 다른 계절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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