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12월 31일이라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_완벽하지 않았지만 멈추지 않았던

by max

올해도 12월 31일이 왔다. 12월 31일은 12월 31일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그냥 특별하다.


12월 31일이 되면 세상은 조용히 속도를 늦춘다. 달력의 마지막 칸 앞에서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서 올해를 돌아보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상상한다.


나에게 12월 31일은 한 해 중 가장 솔직해지는 날이다. 애써 미뤄두었던 질문들이 달력의 마지막 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올해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12월 31일이 되면 늘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올해 나는 뭘 했을까.


거창한 성과나 눈에 띄는 결과보다는, 조용히 쌓아온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된다. 그때는 별것 아닌 줄 알았던 순간들까지도.


올해도 여전히 완벽하진 않았다. 계획한 것 중에서 끝내 실천하지 못한 것 들도 있고, 마음처럼 되지 않은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작년의 나보다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살면서 처음으로 계획한 것들의 대부분을 실천했다는 사실이다. 1년을 되돌아보면서 이렇게 만족해 본 해는 아마도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가장 꾸준히 붙잡았던 건 글쓰기였다. 잘 쓰겠다는 욕심보다는, 멈추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완성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단 써두는 연습을 했다. 글이 나를 설명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내 마음을 먼저 알아보게 해주는 통로가 된 해였다.


영상 공부도 시작했다. 처음엔 어렵고 낯설어서 몇 번이나 스스로의 끈기를 강제로 테스트했다. 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일단 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니 조금씩 재미가 붙었다. 완성본보다 과정이 더 많이 남아 있는 해였지만,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가족을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마음은 있어도 표현을 미뤘다. 말 안 해도 알겠지, 괜히 부끄럽고 민망하니까. 하지만 올해는 의식적으로 애정을 말로 꺼냈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보고 싶다고.


말로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감정들이 있다는 걸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거절 연습을 했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연습,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몫을 내려놓는 연습. 여전히 어렵고, 때로는 미안함이 먼저 앞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키는 쪽을 선택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 선택들이 모여 올해의 나를 조금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믿고 싶다.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사소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분명한 변화였고, 한 해를 버텨낸 흔적들이었다.


12월 31일의 낮과 밤은 늘 조금 뒤숭숭하다. 잘 보냈다는 안도감과, 아쉬움과,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뒤섞인 시간.


그래도 이렇게 돌아볼 수 있는 한 해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올해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느리지만 멈추지 않았고, 조금 더 솔직해졌던 한 해.


이 정도면, 잘 마무리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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