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조율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필요한 과정, 그러나 험란한 '갈등'

by max


해가 바뀌고 나면 회사에서는 연초에 신년회의를 진행한다. 지난해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계획을 수정하고, 중요한 순간들을 복기하며 새로운 한 해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자리다.


한 해 동안 나아갈 회사의 목표를 다시 견고하게 설정하고, 매출 목표도 설정한다. 그리고 직원들 사이에 쌓여온 불만은 없는지 건의사항도 한 번씩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말로는 늘 “자유롭게 이야기해 달라”라고 하지만, 막상 꺼내기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주제들이 많다.


우리 회사는 최근 4년 가까이 건의사항이 크게 있던 적이 없었다. 직원 누구도 크게 말로 꺼내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갈수록 직원들 사이에서 흘러나 온 불만들이 있었다. 주로 업무 외 시간 상사의 연락, 갑작스럽게 바뀐 주차비 지원 기준, 연차 강제 사용 등에 대한 불만이었다. 어느 회사에서나 충분히 불만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이 문제들을 모른 척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기에 신년 첫 회의, 발표 시간에 이 건의사항들을 정리해 꺼냈다. 솔직히 걱정이 컸다. 괜히 분위기만 험악해지지는 않을지, 말을 꺼낸 내가 애매한 위치에 놓이진 않을지.


이런 의견을 회사에 전달했고, 우려와 달리 대부분의 의견은 수용됐다. 업무 외 연락은 정말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제하겠다는 말이 회의실 안에서 공식적으로 공유됐고, 연차 역시 앞으로는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정리됐다. 순간의 사과이든, 지켜질 약속이든 아니든 적어도 직원들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문제는 주차비 지원이었다. 회사와 특정 직원 한 명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주차비 지원이 ‘불가능한 회사’는 아니었다. 실제로 지원해 오던 제도였고, 지난해 가을부터 내부 규칙이 바뀌었지만 그 변경 사항이 우리 팀에는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여기서부터 상황은 복잡해졌다. 회사 입장에서는 '규칙은 이미 바뀌었다'였고, 직원 입장에서는 '규칙이 바뀌었는지 몰랐던, 고지받지 못한 기간에 이미 낸 주차비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였다. 물론 '기분이 나쁘다'가 가장 큰 문제였다.


서로의 말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그만큼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그리고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맡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의견 조율이란 게 얼마나 피로한 일인지, 서로의 주장이 강해질수록 거리는 왜 더 멀어지는지.


갈등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양보가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또 내 의견이 무조건 옳다고 밀어붙이는 건 더더욱 힘든 상황을 만든다. 양보에는 반드시 희생하는 사람이 생기고, 고집에는 필연적으로 감정이 따라붙는다.


특히 자신의 의견에 확신이 강할수록 사람은 남의 말에 점점 귀를 닫고 기본적인 논리마저 가로막힌다.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고, 설득하려는 말 한마디가 상대를 더 자극하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이번 갈등 상황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한 나로서는 이틀간 지옥을 맛봤다. 지옥을 맛본 결과 교훈도 크게 얻었다. 본윈 위주로만 생각하는 상대방을 그저 다독이겠다는 이유로 되지도 않는 배려를,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을 해준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끌려다니지 않고,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어떤 선을 지켜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내 역할이고 어디부터는 내려놓아야 하는지 이번 일을 통해 똑똑히 배웠다.


알면서도 매번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올해는 이런 실수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다. 직장에서 모든 의견을 품으려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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