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다 비효율이 더 힘들다

by max

요즘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예정되어 있던 일정이었음에도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내가 못해서도 아니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라는 대표의 지시 때문이다.


대표의 지시는 늘 모호하다.

“대충 이런 느낌으로” -대충 이런 느낌이 뭔가요-


모호하기만 한가, 연신 "파이팅"만 외치면서 믿는다는 말만 무한반복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기준이 명확했다면 한 번에 끝났을 일들이 몇 번이고 돌아온다. 그리고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면서 급격하게 지친다.


일은 반복될수록 단순해지는 게 아니라 기운을 갉아먹는다.


나는 일을 못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이해하고, 구조를 잡고, 마무리하는 걸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기준이 없는 일 앞에서는 능력보다 인내심이 더 필요하다.


그게 참 힘들다.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말하지 못하면서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할 때, 정해진 규칙이 있고 우리가 그 조건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해보고 왜 안 되느냐 남탓할 때가 가장 답답하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이 스트레스의 정체는 일이 아니라 비효율인 것 같기도 하다.


한 번이면 끝날 수 있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하는 구조. 결정은 늦고, 수정은 많고, 책임은 애매한 상황.


그 안에서 나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새롭다. 그렇다고 일을 대충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 괴롭다.

견뎌내야 하기에 스트레스를 다른 방식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1. 완벽하게 맞추려 하지 않기

모호한 지시에는 모호함을 감안한 결과를 낸다. 그 이상을 혼자 책임지지 않기로 했다.


2. 이 또한 지나간다는 걸 알기

지금은 답답하지만, 이 경험도 결국은 내 경력의 일부가 되겠지. 비효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결국은 해낼 것이다. 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다만, 조금 덜 소모되면서 해내는 방법을 찾고 싶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있다. 하기 싫다. 하지만 안다. 결국은 또 해내겠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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