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수 있겠어, 맞춰가야지

속상함, 그리고 위로

by max


아끼는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동생이 결혼한 지 8개월. 신혼인 데다 이제 막 서로에게 익숙해질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동생은 “언니, 나 진짜 못 살겠어요”라는 말부터 꺼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도화선이 된 건 남편의 게임 시간문제다. 시간이 점점 길어지더니, 최근에는 새벽 5시까지 게임을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취미라고 생각하고 넘겼다고 했다. 사실 결혼 전에는 게임을 하는지도 몰랐지만 취미를 존중해 달라는 말에 이해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둘의 시간은 줄어들고, 게임 시간만 남았다. 같은 집에 있는데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없고, 대화를 나누는 대신 각자의 시간만 길어지는 것이다. 신혼인데도 혼자 있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나는 한쪽 편을 들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남편을 탓하는 말은 최대한 아끼면서, 그래도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이야기해 줬다.


“섭섭할 수밖에 없지. 그래도 한 번은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는 게 좋겠다. 타협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


들어보니, 이 문제를 두고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때그때 넘기거나, 애써 피하는 식으로 지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동생은 속상한 마음에 친정에 갔고,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어머니는 사위에게 전화를 했다.


“두 달째 새벽까지 게임만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라고.


그다음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남편이 장모님께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 선을 넘은 일이다. 아무리 감정이 올라왔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지로만 나뉘는 건 조금 조심스러웠다. 이건 어쩌면 두 사람이 서로를 몰라서 생긴 문제라기보다, 아직 ‘부부의 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함께 있는 시간”을 사랑이라고 느끼고, 다른 한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태.

그 사이에서 서로가 서운해지고,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결국 감정이 먼저 부딪히는 것이다.


결혼은 같이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른 두 세계가 맞닿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그래서 더 많은 조율이 필요하다. 누가 옳고 그른지보다, 어디까지가 서로에게 괜찮은지.


그 선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쩌면 결혼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동생에게 해준 말은 길지 않았다.

“지금이 제일 많이 부딪히는 시기일 거야. 근데 잘 풀고 나면, 그게 기준이 돼.”


잘 버티라는 말 대신 잘 맞춰가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부부는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들이 아니라, 맞춰가기로 선택한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가 그저 한 번의 다툼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지금은 많이 속상하겠지만 언젠가는 이 시기를 떠올리며 웃을 수 있기를.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