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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천 Jul 31. 2022

내가 돈 공부하는 이유

미래의 부, 돈의 심리학

  어렸을 때 난 한 번도 세뱃돈을 내가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항상 부모님께 전액을 다 드렸던 것이다. "왜 세뱃돈을 다 줘야 해?"라고 다소 원망 섞인 질문을 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똑같았다. "너네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 그리고 한 마디 더, "그리고 있어도 딱히 쓸 데도 없잖아." 다 맞는 말이었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돈이 많이 드는 것도, 내가 물건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어 돈 쓸 데가 별로 없었던 것도 말이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고, 알바로 돈을 벌게 되면서 돈에 대한 통제권이 생겼지만,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권한을 잘 쓸 리 만무했다. 과소비를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억에 남는 소비를 했던 것도 아니었다. 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돈을 벌 동력을 잃었고, 결국 코로나가 창궐하던 2학년 때는 공부에 집중하겠단 핑계로 알바를 그만두고 시간을 침대에서 낭비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 재테크에 관심이 생겼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 어떤 산업이 부를 창출하고 세상을 선도해나갈지 알고 싶어 '미래의 부'라는 제목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필자에 따르면, 만일 어떤 부부가 65세에 은퇴해 30년간 산다고 치면, 인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최소 13억이라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인만큼 전혀 무리한 가정도 아니었으며, 필자가 책정했던 금액 목록 또한 합리적이었다. 게다가 작년 같은 저금리 시대(물론 지금은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에는 은행에 예금을 해도 이익을 별로 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금리 <물가 상승률인 경우 '앉아서 가난해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근로 소득 외에도 다른 대안이 필요하며, 저축과 절세, 그리고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도 충격적이었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필자는 투자에 적합한 곳으로 미국 주식 시장을 이야기하며, 그중에도 미국 우량주식 장기투자를 추천한다.(당시 나는 우리나라에서 해외 주식을 살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애플, 아마존, 코카 콜라 같은 우량 주식들을 30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얼마나 큰돈을 벌었을지는 아마 다들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다른 사람들은 주식, 부동산 투자 등 각자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인생을 안정적으로 살려고 준비하는데, 나만 너무 천하태평하게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다음 해야 할 것은 명확했다. 바로 주식 거래용 계좌를 개설해 돈을 입금했으며, 그 뒤로는 투자 관련 공부를 위해 다시 독서를 시작했다. 이때 경제 관련 책을 6~7권 연속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경제 관련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건 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돈의 심리학'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내 시간을 내 뜻대로 하는 데 돈을 써라."

나는 이 문장이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정말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버는 궁극적인 목적을 잊어버리고 돈을 목적 그 자체로 여기는 사람들은 돈을 아무리 벌어도 행복하지 않다. 자신도 돈이 많은데도 끊임없이 부자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결국 욕심을 참지 못해 자신이 가진 것, 필요한 것까지 모두 잃은 사례가 많다. 또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기 과시를 하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쓰다가 가진 재산을 허비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돈을 '인생을 내 뜻대로 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고 인식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돈이 충분하다는 건 '경제적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경제적 자유가 있다는 건 노동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간에 대한 자율성이 생긴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돈으로 사는 건 결국 시간이다. 그리고 시간은 어차피 하루 24시간(자는 시간을 빼면 더 적어진다.) 정도로 한정되어 있기에, 굳이 타인과 비교할 필요도, 이미 충분한 돈이 있다면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무리하게 욕심낼 필요도 없다. 물론 자기 과시를 위한 소비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결국 돈에 대한 건강한 마음가짐이 돈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셈이다.



  그 외에도 정말 배운 게 많다. 경제 위기가 생기면 왜 환율이 오르고 주가는 떨어지는지, 주식 시장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는지, 개별 종목과 etf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등 정말 수많은 개념들을 책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부했다. 항상 주어진 것만 수동적으로 공부해왔던 내가 처음으로 '필요에 의해서' 능동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면서 머릿속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깨달음을 통해 연결되면 너무나 행복했고, 몰입의 즐거움 역시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문외한이던 한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해보니 '할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는 내 배움의 영역을 여러 분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나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경제 관련 책을 10권 넘게 읽었고, 관련된 글이나 영상도 수없이 봤지만 나는 앞으로도 경제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처음으로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분야이기도 하며, 재테크 및 노후 준비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경제 전반, 주식 분야를 넘어 부동산 공부도 시작해볼 계획이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내 돈 공부는 이제 시작이다.


  

  

미래의 부, 돈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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