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구병모 작가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담담한 서술 속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꼽아보면 세상 어디에든 흔히 있는 일이었고, 그것이 한 사람에게 몰려 과부하가 걸리는 일도 그리 드물지 않았으며 한 가지 불행은 연속되는 서로 다른 고통의 원인이나 빌미가 되기 마련이었다."
-> 상황이 어려워지면 불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이를 견뎌내면 다시 긍정적인 흐름이 올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불행이 너무 자주 찾아오는 건 싫고, 가끔 상황이 너무 좋아 방심할 때 경각심을 일깨우는 정도로 왔으면 좋겠다.
"사람은 자신의 몸에 입힌 기억이나 행위에 밀착되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법이기에, 곤은 자신을 구해준 강하가 그렇게 즉흥적으로 부레가 끓어서 자신을 죽이지는 않으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 사람에게는 관성이란 게 있다. 따라서 '바뀌어야겠다.'라는 일시적인 생각만으로는 바뀔 수 없다. 의식적이고 꾸준한 실천만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정작 강하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결코 자신의 손이 닿을 수 없는 호수의 바닥, 그 깊이였다. 자신이 가지 못하는 곳에 곤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거리감과, 언젠가는 건이 정말로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중략)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감에서 비롯되는 분노와 질투였다."
-> 대학 입학 후 공대생으로서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공부의 과정이 전혀 즐겁지 않았고,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재능이 없는 분야 대신 내가 잘하는 분야를 파기로 했고, 덕분에 마케팅 직무로 취직을 할 수 있었다. 내 힘으로 가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다른 대안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가 슬프다고 한 건, 저렇게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만큼 사람들마다 삶의 무게가 비슷하구나 싶어서입니다.""
-> 수업, 졸논, 취준으로 힘들었던 작년 하반기가 생각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를 고통스럽게 했지만, 이러한 고통을 표출하고 또 해소하는 방식은 운동과 기록, 그리고 때로는 시체놀이로 비슷했었다. 책에서는 이를 슬프다고 표현했지만, 각기 다른 사연이더라도 비슷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혹시 그가 궁굼해하면 말해주세요. 아무리 산란회유를 하는 물고기처럼 힘차게 몸을 솟구치려 해도, 이 세상에 혼자만의 힘으로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이에요.(중략) 누구나 아가미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곁에 두고 살아야만 하며, 내 옆에는 다행히 그런 분들이 있다고 말이에요. 오늘 당신이 보신 이 짧은 이야기는 그 많은 이들의 힘으로 나왔다고요."
-> 나는 재수를 해서 서울대에 진학했다. 합격 직후에는 오로지 나의 힘으로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뒤편에는 날 응원해줬던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재수를 하도록 지원해주셨던 부모님이 계셨다. 혼자 힘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건 없으므로, 일이 잘 풀린다고 자만하지 않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