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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천 Aug 08. 2022

질문 활용법

우리는 질문을 왜, 어떻게 던져야 하는가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재수. 나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입시를 준비해왔다. 입시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효율성이다. 시간은 없고 해야 할 건 많다 보니 특정 개념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건 사치다. "모르면 일단 외워."라는 말처럼 공부하면 저절로 해결되려니 하고 일단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내 머리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고, 이해가 안 되더라도 고민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수능을 치고 원서를 쓸 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그냥 성적에 맞춰서, 적당히 유망하고 좋아 보이는 과와 학교에 지원했다.


 대학교에 가보니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나는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질문하고, 고민하고, 결국 각자의 방법으로 해답을 찾아 한층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았다. 생물학 노베이스였던 어떤 친구는 한 개념에 대해 시험 전날 3시간 동안 고민하더니 답을 찾았고, 결국 수능 때 생2를 쳤던 나보다 시험을 잘 봤다. 부러웠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뇌는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항상 이해 안 되는 내용 투성이였는데도 '어렵다'라는 생각만 들었지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기지가 않았다. 이런 의문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학문적 역량이 쌓이는 것인데 나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성적은 잘 나오지 않았고, 남은 건 학업에 대한 좌절감과 '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거지?' 하는 혼란스러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공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호작용하면서, 나는 내가 일상적인 대화 주제에 대한 의문이나 의견을 가지기조차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식당을 어디로 가든, 영화를 뭘 보든, 선물로 뭘 받든 다 좋았다. 그래서 대화를 나눌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경청하기, 동조해주기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나는 '둥글고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었지만, 사실은 그저 개성 없고 무난한, 무색무취의 사람일 뿐이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한국 기자들이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못해 '국제망신이다.', '저 자리에 왜 앉아 있는 거냐.' 같은 질타를 듣기도 했다. 초, 중,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도 보면 일부 학생들만 열심히 질문할 뿐, 대부분은 고개만 끄덕이거나 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하지만 올바른 질문을 적재적소에 던지는 것은 정말 중요한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뇌에 있다. 뇌의 일부인 해마는 학습 및 기억, 새로운 것의 인식에 관여한다. 이런 해마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반복되는 질문이다. 즉, 질문을 통해 뇌를 활성화시켜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럼 언제,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게 좋을까? 여기선 크게 4가지 상태와 그에 맞는 질문을 정리해 보았다.


1) 지금 자신이 불행하다 느끼는데 왜 그런지 모를 때

-> 불행,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한번 자리잡으면 끊어내기 힘들 뿐 아니라, 전염성 역시 강하다. 따라서 감정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벗어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 

"실패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2) 특정 목표를 달성하고 싶을 때

-> 우리가 처음 세우는 목표는 대부분 크고 복잡하다. 따라서 이를 달성하려면 단계를 세분화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목표를 세울 때 이 질문도 같이 해보자.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은 무엇일까?"


3) 어떤 것에 대해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을 때

-> 두 번째와 비슷한 맥락이다. 어떤 것을 개선하려면 우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때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건강, 인간관계, 경력 등)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무엇일까?"


4) 세상에 대해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을 때

-> 이럴 때는 내 주위, 혹은 나 자신에게서 긍정적인 구석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 아무리 떠올려봐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런 질문에 대답해보자.

"나(우리 가족 혹은 조직)에게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삶의 에너지는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어떤 것에 대한 관심이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호기심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살아갈 동력이 생기고 또 다른 고민거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평소 삶에 의욕이 없고 열정이 떨어진다고 느껴진다면 나는 평소 어떤 질문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마지막으로 질문과 관련된 명언 하나를 첨언하면서,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내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곧 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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