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참치와 계란 후라이의 맛
벌써 4개월 전 일이다. 그날따라 일이 밀려 점심 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에야 밥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심지어 메뉴는 떡갈비에 햄 부대찌개. 맛있는 밥을 먹기 힘든 군대에서는 이 정도면 정말 맛있는 편이다. 잔뜩 기대를 품고 식당에 들어섰는데 이런.... 반찬도 국도 없다. 너무 식당에 늦게 도착한 나머지 반찬이 다 떨어지고 만 것이다.
나야 괜찮지만 후임 2명까지 밥을 굶길 순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리원 아주머니를 찾아갔다.(낮에는 취사병 말고도 조리원 아주머니가 계신다.) 아주머니께서는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뭐라 하시면서도 창고 한 켠에 있던 고추참치 한 캔과 계란 후라이를 해서 주셨다. 그리고 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쟈 보고 해주는 거다. 알았나?" 의아했던 나는 "저요?"하고 되물었고, "그래 니. 평소에 인사도 잘하고 얼마나 싹싹했나. 쟈 보고 해주는 거니까 니들도 고마워하면서 먹어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작 고추참치에 계란 후라이뿐이었는데 그 날 밥은 군대에서 먹었던 밥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나는 인사를 잘하는 편이다.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 가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같은 인삿말들을 항상 건넨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학창 시절 봉사 활동을 하는데 누군가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정말 큰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어 그 뒤부터 쭉 유지해오는 습관이다. 돈도, 시간도 안 들고 건네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인사를 굳이 안 할 이유가 있을까. 조리원 아주머니께 인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살갑게 말을 붙였던 것도 아니고 그저 마주칠 때마다 인사드렸을 뿐인데, 나에 대해 굉장히 좋게 봐주시고 있던 것이다.
초두 효과라는 게 있다. 가장 처음에 접한 정보 또는 인상이 나중에 접한 정보보다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다. 한 번 형성된 첫 인상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도 초두 효과 때문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첫 인상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웃는 얼굴로 인사하기'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웃으면서 다가오는 사람을 쳐낼 수가 있을까. 적어도 첫 인상만큼은 밝고 싹싹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세상이 점점 개인주의화되어 살기 각박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분명 돌아오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부터라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네보자. 나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역시 달라짐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