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왜 써야 할까?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
최근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글을 '어떻게' 쓰느냐보다 '왜' 쓰는지를 명확히 해야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 글을 쓰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에, 이 구절이 나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글쓰기를 왜 시작했는지, 왜 글을 꾸준히 쓰는지 되새겨보려고 한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2021년 9월, 내가 군생활을 한지 7달쯤 됐을 때였다. 이쯤되니 주특기(업무)나 생활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생겨 같이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그런데 무언가 공허했다. 이를 메우기 위해 책도 읽고 운동도 했지만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고, 점점 마음이 답답해져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스타에서 자신의 재수 생활을 다룬 인스타툰을 봤다. 처음엔 단순히 재밌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무언가 마음 속에서 꿈틀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이야기를 한 번 써볼까?'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봐주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몇몇 분들이 긍정적인 댓글을 남겨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편, 두 편 쓰다 어느덧 글쓰기에 취미를 붙여 브런치에까지 글을 연재하게 되었다. 내 마음 한 켠에 자리하던 공허함도 어느덧 종적을 감췄다.
공허함이 왜 생겼는지 그땐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군대에 있을 때 나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친밀했던 가족이나 친구들도 물리적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연결이 약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게다가 군대에서의 일상은 공유하기도 어렵다. 매일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는 사회와는 달리, 하루하루가 대체로 비슷한데다 사회인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군대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자니 말실수를 할 수도 있고, 내 말이 왜곡될 수도 있어 더더욱 말하기 꺼려졌다. 평소 듣는 것만큼이나 말하기도 좋아하는 나이기에 이런 상황은 나에게 제법 스트레스를 주었다.
또 더 나아가 '내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사회에서의 '나'에겐 누군가의 지인, 가족, 친구, 선생님... 이런 식으로 여러 페르소나가 있었다. 이렇게 형성된 페르소나는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체주의적이고 획일화된 곳에 가니 상황이 달라졌다. 군대에서의 '나'는 그저 흔한 육군 병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일을 잘해도, 운동을 잘해도, 머리가 좋아도 그냥 다 같은 군인일 뿐이었다. 기존의 페르소나가 없어지니 어렵사리 나름 확립해놨던 나의 자아 정체성이 뿌리채 흔들렸다. '나는 과연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도 돌아오는 건 '나도 잘 모르겠어.'라는 답변이었다. 혼란스러웠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했던 시기였다.
이때 나를 잡아준 게 바로 글쓰기였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글을 통해 풀어내면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할 수 있었고,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있으면 예전에는 그저 기분이 나쁘기만 했지만,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내가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나 그 상황을 유발한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적어나가다 보니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고, 마음도 더 잘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한 글쓰기이지만, 지금은 다른 목표가 생겼다. 바로 나의 글로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여러 책, 영상, 강연 등을 통해 영감을 얻고 발전해왔듯이, 나도 나만의 글과 콘텐츠로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고 싶다. 나중에 책을 냈을 때 누군가가 내 책을 추천해주고,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해준다면 그보다 뿌듯한 일이 있을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요약하자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1) 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창구가 필요해서, 2)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3)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서이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어떤 이유가 추가될지, 또 어떤 이유가 보다 높은 우선순위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dots"라는 표현처럼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훗날 분명 유용하게 쓰일 것이란 건 확실히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